'자금경색 타격' 랩어카운트서 환매 러시..한달새 10조 이탈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 2022.12.14 05:46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랩어카운트 상품에서 대규모 환매 러시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금이탈 폭은 줄겠지만 당분간 환매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10월 말 기준 랩어카운트 잔고는 133조1781억원으로 지난해 12월(132조6279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0월 한달간 랩어카운트에서 9조376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2003년 일임형 랩어카운트 판매 시작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분기말(3, 6, 9월)에 기업들이 회계 처리를 위해 현금 확보 차원에서 랩어카운트에서 자금을 뺐다가 다음달에 다시 가입을 하는 현상을 감안하면 10월 자금 유출 규모가 너무 컸다는 분석이다.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9월에도 7조8456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두달 사이 랩어카운트 상품에서만 20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출됐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에서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자산구성부터 운용, 투자자문까지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방식의 상품이다.

특히 일임업자가 고객의 재무상황과 투자목표를 수시로 파악해 이에 적합하도록 자금을 관리해줄 뿐 아니라 고객은 원할 때 포트폴리오를 조회한 후 일임업자에게 다양한 운용지시를 내릴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랩어카운트는 기관투자자의 단기자금 운용이나 거액자산가의 자산관리에 이용돼 왔다.


불과 지난 5월에만 하더라도 랩어카운트의 잔고는 153조7614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5월 이후 자금 유출이 본격화됐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대체자산 수익률 역시 저조해진 데다, 랩어카운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투자 서비스도 글로벌 증시 전반의 부진으로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 랩어카운트 운용역은 "올 초부터 증시 수익률이 지지부진해 자금 유입이 상대적으로 더뎌졌다"며 "어느 한 섹터가 좋고 다른 한 곳이 저조하면 주식시장 내에서 자금 이동이 일어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보니 자금 이동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분기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해 간접 투자 수요마저도 꺾인 게 크다"고 부연했다.

안전 자산의 매력이 커진 점도 랩어카운트 부진에 한몫했다. 금리 인상에 각종 예·적금 금리 상승은 물론 회사채 금리 역시 오르자 안전 자산의 매력이 커졌다. 위험 자산에 투자해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단 변동성을 피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커진 점도 랩어카운트 잔고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가 불을 지피게 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자금 이탈 규모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CP(기업어음)에 이어 단기금융상품으로까지 번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랩어카운트 상품에서도 자금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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