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의 아포리아]'무능'도 탄핵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2022.12.14 02:01
김남국 교수
[편집자주]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σ)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국민들은 아마도 공직자의 무능이야말로 탄핵의 분명한 사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만 앞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공직을 맡은 사람의 경우 그 무능함으로 인해 끼치는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능은 탄핵의 조건으로 어디에도 명기돼 있지 않다. 예컨대 우리나라 헌법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만 규정했고 미국 헌법은 '반역죄, 뇌물죄, 또는 그 밖의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로 탄핵사유를 명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2차례 탄핵심판을 진행하며 개발한 논리를 추적해보면 무능을 탄핵의 사유로 삼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아 보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소추사유는 국법질서 문란, 측근 비리, 국정파탄 3가지였다. 헌재는 측근 비리가 대부분 취임 이전 문제며 국정파탄 여부는 정책결정상 잘못을 소추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이유로 배제했고 국법질서 문란부분에서 선거법상 중립의무 위반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한 것이 선거법 9조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그 정도가 탄핵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당시 헌재의 결정은 2가지 중요한 쟁점을 정리했다. 첫째, 대통령이 공무원으로서 선거중립의무를 갖는다는 점이다. 둘째, 법률위배가 있다고 해도 모든 법 위반이 탄핵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을 탄핵해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필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소추사유로는 5가지 헌법위반과 4가지 법률위반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인용된 것은 기업의 자유 및 재산권 침해, 공익실현의무와 직무상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한 것이었다. 국민의 관심을 끈 소추사유는 세월호 참사에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배 여부와 대통령으로서 성실한 직무수행의무 위반 여부였다. 헌재는 대응조치가 미흡했지만 곧바로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성실한 직무수행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2가지 사안은 첫째, 헌재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진정성이 부족했고 국민에게 약속한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본 점이다. 둘째,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이 보충의견에서 국가공무원법 56조의 성실의무와 헌법 69조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들어 성실의무는 탄핵심판의 판단대상이 되지만 그 위반이 중대하지 않았다고 한 점이다.

그러니까 이미 2004년 헌재 결정에서 대통령을 공무원으로 간주했고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바에 따라 성실의무를 위반한 일반 공무원이 다수 파면당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성실의무를 적용해 그 위반의 내용을 따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정성스럽고 참되다는 성실의 정의에 따르자면 직무와 관련한 자신의 무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거나 무능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헌재는 2004년 수도이전 위헌결정에서 관습헌법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개발했고 2004년 대통령의 공무원자격과 법 위반의 중대성 요건, 2017년 헌법수호 의지의 진정성이라는 정성적 평가기준을 제시하며 진화했다. 따라서 우리 헌법 65조 1항이 규정한 탄핵 대상에 해당하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공무원들은 무능이 탄핵사유가 아니라고 너무 방심하면 안 된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4. 4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