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땅속 길이 막히면 하늘 길은 어찌 열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2022.12.15 03:30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마트의 모습.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 은마아파트의 주소다. 23만9225㎡의 땅에 4424세대가 살고 있다. 이 땅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평면으로 보면 대치역 옆에 정사격형 모양으로 경계가 명확하게 보인다. 하지만 3차원으로 입체화한다면?

민법은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지 소유권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라는 얘기다. 그래서 지하로 도로나 철로를 깔려면 지상의 땅 주인에게 동의를 얻고 보상해야 한다.

은마아파트의 집주인들은 지하를 관통하는 GTX(광역급행철도)-C 노선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35층(또는 49층)으로 추진 중인 재건축에도 지장을 준다고 주장한다. 내 집 밑으로 기차가 다닌다는데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검증과 충분한 안전장치를 요구하는건 집주인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막연한 불안감과 실제 위험은 다르다.

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구간은 지하 60m의 암반층에 시공된다. 지하 60m는 어느 정도 깊이일까. 지하공간은 크게 천심도, 저심도, 중심도, 대심도로 구분한다. 상하수도, 가스, 전선로 등이 지나는 구간이 천심도다. 평균 3m, 최저 5m 이내다.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상가가 들어서는 구간은 저심도다. 지하 20m까지다. 그 아래로 지나는 지하철, 지하도로는 중심도라고 부른다. 보통 20~40m 구간이다. 지하 40m 이하는 대심도로 구분한다.

GTX는 대심도에 건설된다. 은마아파트 구간은 대심도 기준에서도 20m를 더 내려간다는 얘기다. 현재 지하주차장 층고 기준은 2.7m다. 3m로 잡아도 60m면 지하 20층 깊이다.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의 지하가 6층이다. 지하 60m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는가.

도심 지하를 관통하는 대심도 터널은 이미 우리 주변에 많다. SRT(수서고속철도)가 몇년째 달리고 있는 율현터널, 여의도 지하의 신안산선, 서울역과 삼성역 지하의 GTX-A 노선, 서울의 홍수를 막기 위한 빗물터널도 모두 도심의 대심도에 건설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일부 선진국에선 대심도에서 진행되는 공공사업은 주민 동의없이 시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지진의 나라' 일본이란 점은 아이러니하다. 일본에선 지상의 땅 주인에게 보상할 필요도 없다.


'내 집 밑은 안된다'는 주장이 관철되면 다음은 '내 집 위는 안된다'가 될지 모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토지소유권은 지하 뿐만 아니라 지상에도 미친다. 2015년 미국 켄터키주에선 집주인이 자신의 집 위를 날던 드론을 산탄총으로 격추시킨 일이 벌어졌다. 집주인은 드론이 사유재산과 사생활을 침해했으니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됐다.

시범서비스가 시작된 드론배송은 가능할까. 2025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UAM(도심항공교통)은 어떤가. UAM의 운항고도는 300~600m다. 63빌딩 높이가 250m, 롯데월드타워가 550m이다. 그 사이 어디 쯤으로 날아다닌다는 얘기다. 비행기는 도심 외곽의 공항에 착륙한다지만 UAM은 누군가의 집 위를 날아 도심 어딘가에 내려야 한다.

GTX-C노선이 은마아파트를 비껴간다 한들 1000만명이 사는 서울 시내에서 주거지를 지나지 않고 지하에 교통수단을 만들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고 주거지 밑을 지날땐 위험한 교통수단이 오피스 밀집지역 아래선 안전할까. 결국 '내가 있는 곳은 안된다'는 논란의 무한반복이다. 그리고 그 논란은 땅속을 뚫고 나와 하늘을 향할지 모른다.

사실 GTX든 UAM이든 도심에 사는 사람들에겐 큰 의미가 없는 교통수단이다. GTX역이 생긴다면 집값엔 도움이 되겠지만 없다고 삶에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월급이 작아서, 모아놓은 재산이 부족해서 도심 외곽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겐 다르다. 직업과 직장, 저녁이 있는 삶, 결혼과 육아까지 삶의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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