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평가에 구성원 행복까지 논의···SK 이사회의 '무한 진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2.12.13 05:39

SK가 컬쳐 서베이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토록 한 것은 구성원의 행복도 증진을 경영진이 보다 더 진정성있게 다루도록 함과 동시에 그만큼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더 다양화·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록 회장도 주목한 '직원 만족'



구성원의 행복도 증진에 경영진이 관심 기울이는 것은 글로벌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올 해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팬데믹 이후 달라진 직원과 회사의 관계에 주목했다.

핑크 회장은 서한에서 "팬데믹 영향을 고용주와 직원 사이 관계만큼 많이 변화된 관계는 없다"며 "미국과 영국의 퇴사율은 역사적인 수준으로 높고 미국에서는 수 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 성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근로자들이 주 5일씩 사무실에 나오길 바란다거나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논외로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해석했다.

핑크 회장은 "근로자들이 고용주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효과적인 자본주의의 필수적 특징"이라며 "그것은 번영을 촉진하고 인재를 위해 더욱 경쟁력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로 하여금 더 혁신적인 환경을 만들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기업이 주주를 위해 더 큰 이익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며 "우리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과 강한 유대를 형성한 기업들은 팬데믹을 지나며 낮은 이직률과 높은 수익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즉 이사회에서 SK 구성원의 구성원 만족도 조사 결과를 살피고 논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믿음이 저변에 깔린 것이다.




SK 이사회의 무한 진화…최태원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혁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SK 이사회의 혁신은 이제 업계 정설로 여겨진다. SK 그룹 내 이사회는 '거수기'라는 재계의 해묵은 틀을 깨고 '일하는 조직'으로 정평이 난지 오래다.

일례로 SK(주)는 2016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선진화를 도모했고 2018년에는 대기업 지주사 중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선임사외이사제도, 주주소통위원제도를 신설했다.

2019년 3월, 기존에 회사 대표만이 맡을 수 있었던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해 사외이사 등 등기이사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맡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SK(주) 이사회 의장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다.

2021년에는 김선희 매일유업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다양성을 확충했다. 아울러 같은해 이찬근 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인사위원회,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특히 인사위원회는 주총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 및 유임여부, 사내이사의 보수액 적정성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토록 했다. CEO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물론 대표이사 해임이나 대표 후보 추천안까지 상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막강한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한 상징적 대목이었다.

이밖에 SK는 그룹 차원에서 지난 11월 이사회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 이사회 업무 지원 포털 시스템 도입, 디렉터스 서밋 개최 정례화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디렉터스 서밋은 SK 사외이사들이 모여 SK 주력 사업에 관한 국내외 산업 동향과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 운영 모델을 연구, 이사회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다.

SK 이사진의 끊임없는 시도 배경에는 이사회의 홀로서기를 지원하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이사회 역량을 강화해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진성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실장은 "최근 기업들이 이사회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잇따른다"며 "이사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조언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배주주 등의 독단적 경영을 막게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경영을 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이사회 역할 강화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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