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본계약 '초읽기'…결렬됐던 14년 전과 뭐가 달랐나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 2022.12.12 14:59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포기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순조롭게 인수 마무리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은 본계약 체결 일정을 조율 중이다.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르면 금주 내, 늦어도 내주까지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는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경쟁 당국의 합병심사와 최종 지분 매매 작업이 진행된다. 남은 인수작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산하 계열사를 통해 총 2조원을 조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와 경영권을 사들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때와 달리 중복사업 영역이 제한적이어서 경쟁국 합병심사도 순탄할 전망이다. 인수작업이 최종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후 24년 만에 한화그룹 계열사로 다시 태어난다.

대통령이 6번 바뀔 동안 지지부진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지난 9월 조건부 투자 합의서를 체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 한화그룹은 2008년 10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이듬해 1월 1900억원의 위약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인수를 포기한 전례가 있다.

한화의 첫 인수 도전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1990년대 초부터 선박 수주 세계 1위에 오른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경쟁력과 선박 시장 호황 등에 힘입어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조선사가 삼성전자만큼이나 대학생들이 취업하길 희망하는 회사였을 때였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구축함·초계함 등 군 특수선 건조 능력을 더욱 높이 평가했다. 당시 6조32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하며 포스코·GS·현대중공업 등을 따돌렸음에도 포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해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도 이유였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부실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전직 대우조선해양 고위 관계자는 "재무제표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부실이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한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인수가 불발됐던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한화의 신속한 판단은 옳았고, 대우조선해양은 공적자금 없이 연명하기 힘든 부실 회사로 전락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조선업계 사정에 밝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가 추진될 당시 재무제표뿐 아니라 장부에도 표시되지 않는 각종 부실을 지우기 위한 강도 높은 개선작업이 실시됐다"면서 "덕분에 최근 진행된 실사에서 한화그룹이 과거와 달리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 추가 부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이번이 회사 존속의 마지막 기회기도 했다. 올 초 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가 무산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논의가 시작됐다. 23조원의 공적자금 투입된 회사에서 분식회계·방만경영 각종 논란이 반복됐고, 올여름 하청지회 1도크 장기·불법점거에 따른 막대한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법인 해체 논의까지 깊이 있게 나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가 강도 높은 자세를 취하자 대우조선해양 안팎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주인 없는 회사의 존속을 바라며 현대중공업그룹 인수 때도 거부감을 표했던 일부 경영진과 매각 추진 때마다 정문을 걸어 잠그고 극렬히 저항했던 노조 모두 한화의 실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잠수함·항공모함 등 방산 역량 확대를 꾸준히 모색해 온 한화의 의지는 2008년과 마찬가지고,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위기가 도래한 것도 당시와 닮았다"면서 "하지만 대우조선의 상황적 변화가 이번 매각이 과거와 달리 속도를 낼 수 있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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