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블록화된 경제, 호황 끝난 수출 대한민국호

머니투데이 김경환 에디터 | 2022.12.16 03:43
전세계 경제가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자유무역으로 전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하던 국면이 끝나면서 다시 패거리를 지어 블록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스트롱맨들의 등장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통상적이지 않은 지도자들이 나타난 것이 배경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은 전 세계를 그리고 경제를 극한 갈등으로 이끌었다. 트럼트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시작한 미중 패권 갈등은 전세계를 줄세우며 파편화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찬란했던 러시아 제국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원유, 희귀금속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고 무기화됐다. 이로 인해 경제안보라는 개념이 새롭게 대두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 등 외국산 제품을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EU 역시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관련 중국산 부품과 원자재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위기를 바탕으로 유럽 역시 주요 원자재의 자국 내 생산 및 개발 제품에 한해서만 혜택을 주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코로나19도 한몫했다. 새로운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강도 높은 방역 조치 때문에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더욱 갈라지고 블록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자유무역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으로선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이다. 부존 자원이 적고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의 한계를 지닌 한국으로선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해 가공해 수출하는 가공 무역을 경제성자의 기초로 삼았다. 그렇다보니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2021년 기준 69.58%에 달했다. 중국(34.13%)이나 미국(20.4%), 일본(25.33%) 등 보다 훨씬 높다.

수출에 포커스를 맞춰온 한국 경제는 전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관세가 인하하고 각종 비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국가 간 교역과 투자가 급성장한데 따른 것이다. 세계화 물결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가장 큰 힘이었다.


그런데 이런 우호적이던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 시장의 진입 장벽이 다시 높아진 것. 일례로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하던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전쟁에 따른 경제제재로 아예 수출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세계 경제 불황과 교역 시장의 수요 위축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 경기의 침체 국면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앞으로 더 격화할 전망이다. 앞으로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국 간 경제제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교역을 위축시킬 것이다.

현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의 선택은 동맹인 미국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강요는 이미 시작됐다. 반도체 칩4 동맹과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등이 분기점이다.

앞으로 블록화는 더 진전됐으면 진전됐지 완화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한국 경제가 이번 고비를 이겨내려면 원자재 공급망 재편 및 수출 다변화 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미 위기는 도래했고 대외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이번 파고를 넘어야만 살 수 있다. 세계화 속에서 호황을 누려온 기업들도 이젠 반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도 중심을 잡고 경제구조조정 및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변화를 진두지휘할 현명한 선장이 대한민국호에 반드시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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