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이에 대해 '상하이 석유·가스 거래소'를 위안화 결제의 플랫폼으로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우디는 미국이 국가 안보를 보장해주는 대신 미국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하고 미국 국채 일부를 보유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따르고 있는데, 시 주석의 발언 내용은 여기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위안화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이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꼬인 사이에 달러화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서방이 중국에 에너지 공급 제재를 가하는 상황 등을 대비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미국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지금까지 석유 대금의 달러 결제가 지켜져왔다.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이 위안화를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매기고 결제하게 되면 달러 지배력에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은 "중국과 걸프국가 간 평화적 핵이용 기술 포럼을 설립하고 중국-걸프 국가간 핵안보 시범센터를 공동으로 건설해 GCC 국가들의 평화적 핵이용과 핵기술 분야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중국-GC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관계에서 역사적인 새 시기"라면서 "중국과 걸프 국가들이 공통의 자유무역협정(FTA) 지대를 창설할 가능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보다 하루 먼저인 8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후 에너지 정책 및 탐사 분야에서 중국이 사우디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또 시 주석이 왕세자에게 중국인들의 중동 지역 관광 확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올해 사우디로부터 하루 평균 165만배럴의 원유를 사들였다고 전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으로, 이는 사우디 원유 수출량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양국의 관계 밀착은 앞서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특히 미국이 석유 증산을 바라온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이후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 되레 증산량 축소 및 감산을 잇따라 결정한 것과 상반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이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모든 파트너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