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멸위기 지역·스타트업 '상생'

머니투데이 남성준 제주스타트업협회 회장 | 2022.12.12 03:00
남성준 제주스타트업협회 회장(다자요 대표)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구가 113곳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이나 남았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시 이 데이터를 살펴보자.

데이터는 소멸저위험, 정상지역, 소멸주의, 소멸위험진입,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나뉜다. 정상과 소멸저위험지역은 23곳밖에 남지 않았다. 즉 205곳이 소멸주의, 위험, 고위험 지역인 셈이다. 정책입안자들이 위치한 여의도와 세종시는 이 지역에서 빠졌다.

지금까지 정책들과 규제들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 새로운 정책과 시도들이 필요하지만 지자체도, 중앙부처도 망설이기만 한다. 스스로의 시도보다 다른 지자체나 해외 사례에만 집중한다.

스타트업 '다자요'는 소멸돼가는 제주도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자원으로 인식해 숙박업을 하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을 비대면 독채 숙소로 이용한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에서는 허용이 안 된다.

이 때문에 1년3개월에 걸쳐 다양한 협의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승인을 받아냈다. 매매를 꺼리는 고향의 빈집이라는 점에서 10년 이상 무상임대라는 방법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업모델은 빈집문제 해결, 지역 인구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른 지자체와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지만 예산 측면의 문제를 비롯해 선례를 찾을 수 없는 협업이었기에, 그리고 특정 기업과 추진하는 것은 민원의 소지가 있다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다양한 대회를 시도하고 지역펀드 등을 조성한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떨어진 지자체들은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당연히 모를 수 있으나 지역으로 청년들을 끌어들여야 할 지자체들이 청년들의 선호도가 높은 스타트업을 모른다는 것은 문제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이나 로컬크리에이터의 경우에도 지자체와 협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저 생색내기 위한 지원금, 공무원 연봉보다 못한 지원금으로 스타트업이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을 정하고 결과보고를 통해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이 성공했다거나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창업기업 10곳 중 7곳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5년 이내에 7개 창업기업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했고 경제에 이바지했으며 공공영역이 하지 못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얘기다.

소멸 위기에 있는 지자체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창업기업들과 새로운 협업을 적극적으로, 지속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 약 1조원이 지방소멸기금으로 지역에 뿌려졌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인지 또다시 복지회관과 목욕탕 같은 뻔한 인프라에 투입될 돈일지 모르지만 다른 결과를 얻기 위해 청년들, 그리고 스타트업들과 새로운 시도를 해볼 지자체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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