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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2배 물어줘도 분양 미루는 게 나아━
계약자들이 납부한 계약금에 위약금을 얹어 2배로 '배액배상'을 해줘야 함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인천과 광양의 미분양은 각각 1666가구, 1244가구에 달한다.
비단 이 지역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 미분양은 10월 기준 4만7217가구로 1년 전(1만4075가구)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44가구에서 855가구로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미신고 물량까지 합치면 전국 미분양은 이미 6만가구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업계는 통상 미분양이 5만~6만가구를 넘어서면 침체기가 본격화 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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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재고떨이…수분양자와 분쟁도 ━
눈물을 머금고 할인분양에 들어간 현장도 많다. 할인분양은 분양업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현재 첫 공급 당시 분양가 8억원대보다 최대 2억5000만원 싸게 분양 중이다.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일부 타입을 최대 15% 할인해 최초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관리비를 대납해주고 2주택 이상인 경우 취득세를 일부 지원해주겠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상황이 이러니 호황기에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은 억울하다. 작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 받은 수분양자 수십명은 시행사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20% 이하,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 아파트가격이 분양 당시와 비교해 30% 하락한 만큼 분양가도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분양한 대구 수성구 '만촌자이르네' 계약자는 최근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계약 취소 등을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의자를 던져 단지 모형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11억50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대거 미분양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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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미분양 앞으로도 빠르게 늘 것"━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데다 구축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가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10만 청약설이 돌았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조차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서울 도심·분양가상한제·대단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아파트조차 '완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35.8이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전망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500곳 가량을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100을 초과하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인데, 지난 10월 122.7에서 11월 131.4, 이달 135.8로 세달째 증가세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앞으로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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