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볼모로 범죄자 송환"…中 해외 경찰서, 한국에도 있다[김지산의 '군맹무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 2022.12.10 06:33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최신 보고서에 한국 포함

편집자주 |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위 영상은 2020년 1월15일 중국 저장성 리수이시 검찰청이 중국 포털 텅쉰의 콘텐츠 오픈 플랫폼에 올린 것이다. 저장성 칭톈현 경찰들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범죄 용의자 류모씨와 영상대화를 통해 그를 설득,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류씨는 불법으로 폐유를 경유 정제에 사용해 환경 오염을 유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현지 검·경은 9200km나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범죄자를 검거했다고 자랑삼아 영상을 올렸는데 이것이 세계적인 파장을 몰고 올 거라는 건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문제가 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경찰이 스페인에서 범죄인 검거 활동을 벌였다는 점, 나머지 하나는 용의자 가족을 대동했다는 점이었다. 앞의 것은 사법권 침해 소지가 뚜렷하다. 더 경악스러웠던 '가족대표'로 등장한 여성이었다. 류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수사 당국은 효율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건 당사자와 제3자의 눈에는 '인질'이며 '협박'이다.

이런 일들이 서방 세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었다는 게 중국 인권 감시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에 의해 고발됐다.

그동안 한국은 해당 보고서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FBI 국장이 11월17일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미국 영토에 비밀 경찰서를 설립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 게 계기가 돼 중국 경찰서를 주목하게 됐다.

이때 레이 국장은 "나는 이것(미국 내 중국 경찰서 설립)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경찰서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구체적인 조사에 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중국 경찰이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뉴욕에 경찰서를 만든다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주권 침해이며 일반적인 사법 행위를 위반한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달 5일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서방 세계 위주로 퍼져 있던 중국 경찰서가 한국에도 존재한다는 내용이었다.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비밀 경찰서를 53개국에서 102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한국이 포함됐다. 9월 21개국, 54개 경찰서에서 32개국, 48곳이 추가된 것이다. 여기서 110은 범죄 신고 전화번호다. 한국의 112와 같다.

한국 어느 곳에 중국 경찰서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 장쑤성 난퉁시 공안국 산하 조직이라는 정도만 노출됐을 뿐이다. 난퉁시 공안국은 2016년부터 한국 등 29곳에서 경찰서를 운영했다고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밝혔다.


경찰서들은 저장성 칭톈, 윈저우, 장쑤성 난퉁, 푸젠성 푸저우 공안국 등 4개 공안국에서 지역들을 나눠 관리한다고 알려졌다.

중국 경찰서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왕징위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왕징위는 중국에서 거주할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산당을 비판했다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후 약혼녀와 우크라이나에서 UAE,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겨 다녔다. 그는 결국 암스테르담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중국 경찰서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중국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하며 "가족을 돌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는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에 중국 경찰서가 있다고 알려졌다. 왕징위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네덜란드로 향했고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현지 언론은 암스테르담에 경찰서를 설립할 때 대사관 고위 관리가 관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중국은 합법적으로 가족을 이용해 범죄자를 잡는다. 경찰의 설득 작전 지원을 거부하는 가족은 처벌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했다. 이 방법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2021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3만명의 해외 도피자들이 제 발로 돌아왔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경찰서들이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하고 체포해 송환하는 곳이라고 규정한다. 중국은 단순 행정 지원 센터라고 항변한다. 이를테면 중국인 이주자들이 본국에 방문하지 않아도 운전 면허증을 갱신하는 업무를 돕는 업무 같은 걸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찰서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중국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네덜란드만 해도 자국 2개 경찰서를 폐쇄했다. 아일랜드도 10월 2개 경찰서에 똑같은 조치를 내렸다. 미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오스트리아, 캐나다, 칠레 체코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14개국은 중국 경찰서에 대해 조사 내지 퇴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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