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안 보여?"…'트위터 올인' 머스크에 테슬라 투자자 분통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12.09 15:29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AFPBBNews=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테슬라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 주가가 올해 반토막 났고, 중국의 수요 둔화 등 악재가 쌓이고 있지만 머스크가 트위터를 돌보느라 테슬라는 뒷전이라는 불만이다.

테슬라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각국 정부의 돈풀기에 따른 역대급 강세장에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최고 선호 종목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 머스크를 세계 최고 부자로 만들어줬다. 특히 머스크는 당시 월가 헤지펀드들의 공매도를 비난하는 등 개미 반란을 지원 사격하며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올해 테슬라 주가 급락에도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에만 몰두하자 투자자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전했다.

약 5년 전 테슬라 투자를 시작한 트레버 굿윈(46)도 그중 하나다. 그는 최근 3만달러(약 3900만원)에 달하던 테슬라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약 500달러어치만 남겼다. 머스크의 엉뚱한 행보를 더는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머스크가 새로운 미션에 꽂혀서 우리를 버렸다"면서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나는 완전히 반대했다. 더는 테슬라에 집중할 수 없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굿윈의 우려는 사실이 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에 침대 등을 들여놓고 숙식을 해결하며 트위터 손질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440억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머스크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지분을 대량 매각해 테슬라 주가 폭락을 야기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가 팔아치운 지분은 최소 360억달러에 이른다. 이후에도 트위터를 둘러싸고 직원 대량 해고, 유해 콘텐츠 증가, 광고주들의 손절 등 잡음이 계속 이어지면서 테슬라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테슬라 주가는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공급망 혼란, 원자재 비용 상승, 중국의 제로 코로나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하던 터다. 최근엔 테슬라의 2대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상하이 기가팩토리 생산량을 감축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머스크가 트위터의 은행 빚을 줄이기 위해 테슬라 보유 주식을 담보로 새 대출을 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머스크에게 트위터 인수 자금을 빌려준 투자은행들이 트위터 명의로 된 11.75% 고금리 무담보 대출 30억달러를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한 '마진 론'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최종 결정이 난 건 아니지만 현실화할 경우 테슬라 주가에 추가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손보느라 바쁜 동안 테슬라가 점점 더 시급한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추종자들의 믿음을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달려는 듯 8일 트위터로 "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계속 감독하지만 그곳 팀들은 너무 훌륭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부동산 침체, 미국 금리인상 등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을 언급하면서 "테슬라 팀은 극도로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해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 주가 1년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하지만 이날도 테슬라 주가는 0.34% 하락해 173.44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면 50% 넘게 미끄러졌다.

테슬라 주가 하락에 머스크의 자산도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에만 990억달러 넘게 줄면서 머스크의 세계 최고 부자 자리도 위태로울 지경이다. 7일 한때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에게 부자 순위 1위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테슬라의 일부 거물급 주주들은 테슬라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테슬라 개인 최대 주주 가운데 하나인 레오 코구안은 7일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에 자사주 매입을 건의했다. 그는 테슬라 이사회에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대표할 이사를 추가할 것도 요구해왔다.

다만 아직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머스크와 테슬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023년엔 테슬라가 첫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머스크는 지난 10월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 이사회는 자사주 매입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 규모는 약 50억~10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리서치업체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여전히 10% 이상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2위에 올랐다. 1위는 S&P500 지수의 흐름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ETF였다.

테슬라 주식 수천주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 조너선 배첼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위터 인수 후 머스크는 많은 개미를 잃었다"면서도 "CEO의 관심이 다른 데로 옮겨가도 회사가 튼튼한 기반 위에 있음을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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