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메드 "구리 먹는 박테리아, 윌슨병 치료의 게임체인저"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 2022.12.07 09:10
박교진 아보메드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혁신적인 윌슨병 치료제 연구를 위한 준비가 끝났습니다. 세계 최고 귄위자들이 서로 임상시험을 맡겠다고 손을 내밀고 있어요. 윌슨병 치료제의 게임체인저로 손색 없습니다." (박교진 아보메드 대표)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아보메드는 최근 윌슨병 치료제 연구를 위한 가장 큰 난제를 해결했다. 동물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획기적인 후보물질(펩타이드)을 갖고 있는데 제대로 제조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아보메드는 2년간의 노력 끝에 안정적으로 펩타이드를 정제할 수 있는 생산공장을 미국 캔사스주에 완공했다. 이달 가동을 시작한다.

윌슨병 치료제 연구의 전환점을 맞은 아보메드의 박교진 대표는 6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들이 주목하는 윌슨병 치료제 게임체인저를 개발하기 위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세계 인구 3만명 중 1명이 윌슨병…마땅한 치료제 없어


우리가 먹는 음식엔 소량의 구리가 있다. 정상적인 사람은 몸 안의 구리를 배출한다. 하지만 윌슨병 환자는 구리를 배출하지 못한다. 간에 구리가 쌓인다.

윌슨병은 인종에 상관없이 약 3만명에 1명이 발병하는 선천적인 유전병이다. 미국에 약 1만명, 우리나라에도 약 1500명의 윌슨병 환자가 있다. 어릴 땐 판별하기 어렵다. 청소년쯤 되면 간염 증상을 겪는다. 이후 간섬유화와 간경화를 일으킨다. 구리가 피를 통해 뇌에 침범해 신경학적 증상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사망한다.

치료제는 1970년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페니실라민(DPA)뿐이다. 혈관 속 구리를 소변으로 배출하는 기전인데 구리뿐 아니라 철분, 납, 수은 등 다른 요소를 함께 배출한다. 부작용이 심한 편이라 복용 환자의 약 30%가 복용을 중단한다. 하루 4회 먹어야 하고 간경화 등 증상 완화 효과가 없다.



구리를 먹는 펩타이드가 있다고?


2000년대 초 제레미(Jeremy) 미시간대학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국 미시간호에서 구리에 결합하는 성질이 매우 강한 박테리아의 분비물을 발견했다. 살펴보니 이 박테리아가 구리를 먹기 위해 펩타이드를 뿜어냈다. 이 펩타이드가 구리에 붙고 박테리아는 그걸 다시 먹는다. 이 펩타이드의 이름은 '메타노박틴'(Methanobactin)이다.

이후 메타노박틴을 추출, 배양, 정제해 주사제로 개발하는 오랜 여정이 시작됐다. 아보메드는 2019년 이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모든 권리를 획득했다. 아보메드의 윌슨병 치료제 'ARBM-101'의 탄생이다.

이후 독일의 한 연구소에서 메타노박틴을 윌슨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동물실험을 했는데 놀라운 결과나 나왔다. 간 수치가 높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메타노박틴을 투여하지 않은 쥐는 평균 110일 산 반면 투여한 쥐는 440일을 살았다. 연구진은 더 지켜보지 않고 실험을 종료했다.



美·英 석학들 'ARBM-101'에 찬사


아보메드는 ARBM-101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올해 봄 유럽 윌슨병학회(Aarhus), 가을 미국 간학회(AASLD)에서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윌슨병 권위자들이 잇따라 ARBM-101에 찬사를 보냈다. 쉴스키(Schiltsky) 예일대 교수, 아스카리(Askari) 미시간대학 교수, 발렌티나(Valentina) UC 데이비스 교수, 아프탑(Aftab) 영국 킹스컬리지병원 교수 등이다.


이들은 ARBM-101 임상에 참여하고 싶다며 아보메드에 과학·임상 자문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그만큼 ARBM-101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제대로 개발해야 한단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아보메드는 현재 미국 의사 5명, 영국 1명, 독일 1명, 일본 1명으로 과학·임상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세계 최고 권위자들이 ARBM-101이 윌슨병 치료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며 "영국 교수는 정부로부터 70억원을 지원 받아 직접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임상시험 사전 단계라 할 수 있는 GLP Tox(비임상 독성시험)를 수행하고 2024년 초 임상1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임상시험을 누구와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영국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효능과 안전성, 경쟁약물 압도"


박 대표는 ARBM-101의 성공을 확신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간 속 구리를 배출하는 방식의 파이프라인으로, 작용기전이 명확하다. 유일하게 간경화 증상을 완화 및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페니실라민이나 다른 치료제 후보물질은 간 기능 개선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ARBM-101의 경쟁약물이 2가지가 있는데 둘 다 간 질환이 있는 윌슨병 환자에게 효과가 없다"며 "임상시험에서 간질환이 있는 환자를 제외했고, 간질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페니실라민보다 낫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목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윌슨병 환자의 50%가 간경화로 고통받고 있는데 ARBM-101만이 간경화 개선을 목표로 하는 약물"이라며 "유일한 주사제인데다 간헐적으로 한 달에 한 번 투여해 부작용 우려가 적고 장기 독성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석학들이 ARBM-101을 주목하는 이유다.

아보메드는 ARBM-101 연구가 본격화된 만큼 내년엔 유럽과 일본 지역 권리를 기술수출하겠단 목표다. 가장 큰 미국 시장은 기술이전하지 않고 직접 공략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연간 5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년엔 코스닥 시장 IPO(기업공개)에 도전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ARBM-101은 확실한 구리 배출 촉진 효과가 있어 간을 직접 타깃하는 유일한 윌슨병 치료제"라며 "이미 효능과 안전성에선 확신이 있었는데 메타노박틴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제조하느냐가 제일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노하우를 접목해 메타노박틴 제조 설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제 일정대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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