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정사 리스크'를 털고 갈 수 있게 됐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에서 법원이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1심 판결했다. 재계는 SK그룹이 잠재적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큰 문제를 해결했다는 반응이다. 재산분할 규모는 적잖지만 최 회장이 감당할만한 수준인데다, 우려했던 '지분' 지급명령까지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6일 법원의 판결이 공개된 가운데 SK그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노 관장은 지난 2019년 12월 최 회장의 이혼요구에 응하겠다며 소송을 제기,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의 그룹 지주사 SK(주) 주식 보유분의 42.29%(650만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판단은 법원의 몫이었지만 재계는 유사한 이전 소송을 감안할 때 일단 지급명령 규모가 노 관장의 요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1조원 이상을 요구하며 벌어졌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이혼소송은 최종 141억원 재산분할금액 지급으로 결정났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혼소송도 13억원에 결론지어졌었다.
그럼에도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상대적으로 결혼 유지 기간이 긴 만큼 최 회장의 재산형성에 내조로 기여했다고 판단할 여지가 큰 상황이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1000억원 이상의 재산분할 명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665억원 수준의 재산분할 명령은 재판부가 최 회장의 재산 대부분이 노 관장을 통해 형성됐다기보다는 상속받은 특유재산이라고 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시절에 만나 연인이 됐다. 금반지를 나눠 낀 소탈한 연애 스타일이 화제였다.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88년 결혼했고 장녀 최윤정씨를 1989년에, 차녀 최민정씨를 1991년에, 장남 최인근씨를 1995년에 봤다. 노 관장은 1997년 시어머니 고 박계희 여사로부터 워커힐 미술관을 물려받아 운영해 왔다. 2000년 아트센터 나비로 재개관했다.
그러던 중 최 회장이 2015년 12월 언론을 통해 혼외 자녀의 존재 및 노 관장과의 갈등을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2017년 법원에 이혼조정 신청이 이뤄졌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끝내 소송이 진행됐다. 노 관장이 2019년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낸 상황이었다.
노 관장 측은 이날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변호사비용 등을 감안하면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도 아직 항소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는 남았지만 1심 판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절차는 사실상 5년여만에 마무리국면을 맞게 됐다. 두 사람의 혼인관계도 34년여만에 종료되는 셈이다.
SK그룹으로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잠재적 경영 리스크 중 하나를 덜게 됐다. 원자재가격이 크게 오르고 금리 부담도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영전략 수립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이혼소송이 자칫 경영권분쟁으로 비화됐다면 SK그룹 전체에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음을 감안하면 재계 여파가 더 컸을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으로서는 이번 소송 결과에 안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경영인으로서 한층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 본인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실추된 본인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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