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29분 손흥민(30·토트넘)의 팀 동료인 히샬리송(25)의 골 장면은 벤투호의 이날 굴욕이 함축된 장면이었다. 이날 히샬리송은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머리로 세 차례나 공을 리프팅하는 개인기를 선보였다. 드리블하는 과정에서 헤더로 방향을 잡는 장면은 흔하지만, 머리로 공을 통통 튀기며 공 소유권을 지키는 건 그야말로 한국 수비를 농락한 장면이었다.
리프팅뿐만 아니라 그는 마르퀴뇨스에게 패스를 건넨 뒤 곧장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후 티아고 실바의 침투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뒤 왼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패스 플레이 과정은 물론 히샬리송의 침투와 마무리 등 브라질 플레이에 한국 수비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두 팀의 클래스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히샬리송의 존재감은 비단 이 장면뿐 아니었다. 앞서 전반 13분 네이마르가 성공시킨 페널티킥을 유도해낸 것도 히샬리송이었다. 정우영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려던 찰나, 히샬리송이 뒤에서 달려들다 정우영의 발 끝에 살짝 차여 넘어졌다.
"정우영의 시야에 히샬리송이 보일 리 없었을 것"이라며 영국 BBC 등 페널티킥 판정이 오심이었다는 외신 분석이 뒤늦게 이어졌지만 이미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 그리고 페널티킥 실점이 이어진 뒤였다.
그야말로 한국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히샬리송이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는 팀 동료인 손흥민을 향해 다가가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히샬리송의 품에 안겨 손흥민도 아쉬움을 털어냈고, 이후 손흥민도 그런 히샬리송에게 8강 진출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영국 풋볼런던은 "경기 후 손흥민과 히샬리송이 여러 대화를 나눈 뒤 포옹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히샬리송은 월드컵 여정을 마친 손흥민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를 위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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