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 CNN은 '한국은 2000억달러(한화 약 260조원)를 투입했지만, 아이를 가지게 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전했다. 지난 16년간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려고 대규모 예산을 썼지만 오히려 출산율이 낮아졌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1년 전보다 0.03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이 0.8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1분기 1.02명을 기록한 이후 14분기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CNN이 한국의 출산율을 특별히 조명한 것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감소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또 다시 경신했다"며 "이는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훨씬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나 출산율 저하에 직면한 미국(1.6명), 일본(1.3명)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다. 또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한국은 연금제도를 뒷받침해 줄 노동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의 저출산 예산 편성은 접근 방식이 일차원적인 만큼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과정 전반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경제적 요인 외에 사회적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예비 부모들이 출산을 주저하는데는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사회적인 요인도 기인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육아에 더 관여하기를 원하는 남편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공식적으로 업무시간이 종료된 후에도 일이 끝나지 않거나 정시에 퇴근하거나 회식에 빠지려면 눈치를 봐야 하는 것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통계상 육아휴직은 늘었지만, 육아휴직 과정과 기간을 온전히 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적은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세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선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BBC 등도 집중 분석한 바 있다. 이들 매체 역시 부동산과 교육비 부담, 남녀 간 가사 노동 불균형, 경직된 성 평등 인식 등을 저출산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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