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우리나라의 역대 열두 번째 공식 경기저점(기준순환일)을 코로나19(COVID-19) 1차 쇼크 당시인 2020년 5월로 확정할 것이 유력시된다. 경기저점을 기준으로 시작되는 우리나라의 경기순환기는 1차 석유파동 발생 당시인 1970년대 초 '제1 순환기' 이후 약 50년 만에 '제12 순환기'로 접어들게 됐다.
5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통계청은 내년 1월 국가통계위원회를 개최, 경기의 기준순환일을 설정할 계획이다. 기준순환일은 한 나라의 경기 순환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Turning Point, 경기정점·저점)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저점은 경기 수축 국면에서 확장 국면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정점은 경기확장 국면에서 수축 국면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가리킨다.
경기 순환기는 기준순환일인 '경기저점-경기정점-경기저점'을 한 묶음으로 형성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언하기 시작한 첫 순환기는 1차 석유파동이 발생했던 기간인 '1972년 3월(저점)-1974년 2월(정점)-1975년 6월(저점)'이다. 이후 2차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수출 및 정보통신기술(IT) 경기 호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열한 번째 순환기까지 이어졌다.
이번 기준순환일(경기저점) 설정은 우리나라 경기의 열한 번째 순환기를 마치는 동시에 '열두 번째 순환기'의 시작을 알리는 작업이다. 학계에선 코로나19가 우리나라 경기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힌 2020년 5월쯤을 열두 번째 '경기저점'으로 보고 있다. 이때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8로 제11 순환기 시작(2013년 3월 9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1차 쇼크가 발생한 2020년 연간 국내총생산은 역성장(-0.9%)을 기록하는 경제충격이 매우 컸다. 통계작성 이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최저치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8월 93.0(제7 순환기 시작)이었다.
정부의 2020년 5월 경기저점 설정은 제11 순환기 경기 정점(2017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역대 경기순환기에서 평균 수축기(정점→저점)가 18개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상으로도 경기저점이 형성될 시기에 도래한 셈이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는 등 경기둔화 우려는 앞으로의 기준순환일 설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를 보면 2020년 5월 경기저점이 설정된다고 가정 시 2022년 10월(102.4) 등 최근 시점에 경기정점이 형성된 후 내년부터 경기가 다시 하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통계청은 직전 기준순환일 설정(제11 순환기 경기정점)을 경제통계분과위원회(청 내 재정·산업·물가통계 등을 심의하는 회의체)에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참석하는 가운데 국가통계위원회(위원장 경제부총리)를 열어 기준순환일을 확정하기로 했다. 국가통계위원회 개최는 지난 201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가통계위원회가 내년 1월 개최된 직후 기준순환일이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을 살펴보면 2020년 5월 전후가 제12 순환기를 시작하는 경기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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