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감독이 지난해 초 방영된 다큐멘터리 '유비컨티뉴'에서 했던 말이다. 2006년 은퇴한 유 감독은 KBS 방송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7살이었던 이강인 선수를 처음 만났다.
그 말을 했을 때, 유 감독에겐 이미 시간이 많지 않았다. 2019년 11월 췌장암 4기를 진단 받았다. 투병 속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유 감독이 2002년 활약했던 월드컵 무대를, 제자 이강인 선수도 20년 만에 밟았다. 우루과이전, 가나전에 투입되며 공격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맹활약을 했고, 포르투갈전에선 아예 선발 선수로 뛰며 팀 승리에 큰 보탬이 됐다.
생전 찍은 '유비컨티뉴' 다큐멘터리에서 유 감독은 이 선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그럼 진짜 좋을 것 같은데, 다시 제 감독님 해주셔야죠."(이강인 선수)
그 바람대로 월드컵에서 뛰는, 이 선수를 보지 못하고 유 감독은 세상을 떠났다. 이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걸 보며, 많은 축구팬들이 유 감독을 그리워하며 "유상철 감독님, 하늘에서 강인이 보고 계시죠? 이렇게 잘하고 있어요"라고 뭉클해했다.
"유상철 감독님은 제게 처음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 그때의 가르침이 제가 걸어온 축구 인생의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이 선수는 이런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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