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7시 30분쯤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면서 서울 지하철 4호선이 지연 운행됐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와 회원 70여명은 이날 삼각지역 양방향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예산을 확대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탑승시위는 이날로 47번째를 맞이했다.
4호선 열차에 들어선 박 상임대표는 '마지막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가 되게 해달라고 했다. 박 상임대표는 숙대입구역 방향 승강장에서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면서 오전 9시쯤 4호선 열차에 올라 "법은 공평하다 하지 않았냐. 그런데 왜 이렇게 지독히 불평등한 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냐"며 "이동하고 교육받고 살아갈 권리를 왜 장애인이 함께 누리기 힘든 거냐"고 말하고 열차에서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충돌도 있었다. 전장연 측은 오전 9시쯤 경찰이 선전전을 벌이려는 회원들의 휠체어를 억지로 들어 옮겼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박 상임대표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박 대표와 활동가들이 열차에 탑승해 발언을 할 때면 삼각지역장은 역내 방송을 통해 "고의적인 열차운행 방해는 철도안전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고지한다"며 "전장연은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정시 안전 운행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도 승강장 내에서 전장연 회원들을 향해 "용산역 업무 방해는 죄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경고 방송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전장연 회원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출근 좀 하자'며 소리치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쌍문역에서 (오전) 7시 50분에 탔는데 삼각지에 내리니까 (오전) 10시였다"며 "회사에 늦게 출근한다고 알렸고 추가 근무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오전 9시까지 삼각지역 인근 산후조리원으로 출근해야 했지만 이날 전장연 시위로 연장 근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탑승 시위에 앞서 이날 박 상임대표는 "이제 장애인권리예산이 법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며 "상임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을 여야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이어 "같이 출근길에 탔던 동료 11명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진짜 경찰이 조사해야 될 사람은 21년째 외쳐도 법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자들"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삼각지역에 250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경력은 6호선 환승통로와 4호선 사당방면 10번, 9번 승강장에 집중 배치됐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해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12월2일부터 2박3일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공덕역까지 이동하는 출근길 시위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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