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추행 피해자를 피의자로 입건한 공군, 2차가해"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2.12.01 12:00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뉴스1
군 검찰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올 1∼4월 발생한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A하사를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 혐의로 입건한 것은 '2차 가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공군수사단이 B준위로부터 반복적으로 강제추행을 당한 A하사를 피해자로 수사하던 중 별건 수사를 통해 A하사를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한 것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1일 밝혔다.

인권위는 공군이 무리한 별건 수사를 통해 B 하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것은 그 자체로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성격이 있고,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매우 부적절한 수사라고 봤다.

특히 이 과정에서 △A하사가 피해자인 사건과 피의자인 사건 모두를 동일한 군검사가 배당받아 수사한 점 △군검사의 심문 태도와 사건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점 △공군의 성폭력 피해자 지원이 단절된 점 △조사과정에서 유도신문을 하고 A하사의 진술이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된 점 등은 모두 2차 피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40대 B 준위가 여군 A 하사에게 '집에 보내기 싫다' 등 성희롱 발언을 하고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추행을 반복했다. 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하사와 입맞춤을 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거부하자 자기 손등에 확진자의 침을 묻힌 뒤 핥으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 부대는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대다.

센터에 따르면 A하사는 격리 숙소에 가자고 하는 B준위를 약 40분간 설득했지만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됐고 C하사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실 것을 강요받았다. C하사는 자신의 숙소를 찾은 A준위와 B하사를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신고했고, 군사경찰은 이 사건을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군사 경찰은 A하사가 격리 숙소에 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그를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군검찰에 넘겼다.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국방부검찰단으로 사건을 직권 이전해 재수사하도록 지휘하고 사건처리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고 이 사건 사례를 국방부와 각 군 수사기관에 전파해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별건 사건 수사 시 2차 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검찰단장에게는 이 사건 진정의 원인이 된 2차 사건의 수사는 그 자체로서 성폭력 범죄의 2차 피해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불기소 처분 등을 적극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공군참모총장에게는 피해자를 위한 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구제 조치등의 권고) 및 제50조의9(피해자 보호조치)에 따른 것"이라며 "지난 7월 1일 군인권보호관 출범과 함께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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