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업체가 글로벌 배터리산업을 장악할 희망이 보였지만, 최근 CATL 등 중국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며 국내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가 확대됐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아직 1위다. 중국 배터리를 중국 국내용이라고 의미를 폄하하는 의견도 눈에 띄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업체 점유율이 국내 3사의 두 배가 넘는 58%에 달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내년 2위 수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중국의 BYD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 산업과 기업을 살펴보자.
━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 650만대 돌파 전망━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배터리산업도 덩달아 커졌다. 중국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에 따르면 올해 10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작년 동월 대비 98.1% 증가한 30.54GWh(기가와트시)다. 2020년 10월 기록한 5.87GWh 대비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1~10월 누적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은 224.2GWh다. 증가율은 전기차 증가 속도와 엇비슷한 109%다. 삼원계(NCM)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비중은 약 4대 6으로 LFP가 우위를 점했다.
━
글로벌 시장의 58%를 차지한 중국 배터리 업체━
올들어 10월까지 140만대에 달하는 전기차를 팔아 치우며 중국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라선 BYD는 점유율 12.8%로 LG에너지솔루션을 바짝 추격하며 3위를 차지했다. BYD의 배터리 탑재량은 올해 177% 급증했다. 그 외에도 중국업체들이 나란히 7~10위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10대업체 중 중국업체가 6개를 차지했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3개사다.
중국 6개 배터리업체의 점유율 합계는 57.8%로 국내 3사의 점유율 합계(25.2%)보다 두 배 이상 크다. 문제는 올해 부쩍 확대된 중국과 한국의 점유율 격차가 내년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 배터리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건 중국 시장을 95% 이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10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상위 10개업체 중 8위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 외에는 모두 중국 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 3'에 삼원계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순위에 올랐다.
BYD는 보급형, 프리미엄 모델에 걸쳐 세단·SUV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내년에는 BYD가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격전을 벌일 것이다.
━
중국 배터리업체에 대한 한국 업체의 강점들━
중국 배터리업체의 추격이 빨라진 지금 글로벌 진출이 더 중요해졌다. 올들어 국내 배터리 3사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 앞다퉈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저렴한 생산원가에 의존해온 중국 배터리업체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일정 비율 이상의 북미산 배터리 핵심 광물 사용도 필수다.
이처럼 미국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공급망 현지화에 나서면서 중국 배터리업체가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국내 업체 역시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60%에 근접하는 중국 배터리업체의 당면 과제는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다. 이들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명실상부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외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