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냉장고 재고 쌓였는데…'블프' 파격 할인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11.30 05:05
/사진 = 이주희 인턴 디자인기자

"제조원가가 지난해보다 최소 10~20% 이상 뛰었는데 완제품 가격을 무턱대고 할인할 수는 없습니다."

29일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냉장고·세탁기·TV 등 주요 제품군의 수요 둔화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제품 재고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로 가격 할인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월드컵·블랙프라이데이 등 가전 성수기를 맞아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는 가전 기업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전·문화 부문의 온·오프라인 매출은 지난해 동월보다 2.5% 감소했으며, 특히 오프라인 매출은 20.9%나 줄었다. 물가가 지속 상승한데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요가 둔화된 탓이다. 올해 3분기(7월~9월) 국내 가전시장 월 판매액은 2.8조원에서 2.6조원, 2.4조원으로 지속 감소했는데, 가전제품 판매지수도 올 2월 214.1에서 194.4까지 곤두박질쳤다.

재고자산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전 기업들의 주름살도 깊어졌다. 3분기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의 재고는 27조 974억원이며, LG전자의 가전(H&A)부문 재고는 3조 8418억원이다. 같은 기간 양사의 주요 가전 품목 공장 가동률도 2~10% 하락했는데, 당분간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 하반기까지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고자산을 털어내지 못하면 현금흐름이 정체되고,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며 신규 투자가 위축된다. 그러나 재고자산에 투입한 원가가 워낙 높다 보니 대규모 할인·판촉에 한계가 있다. 특히 국내 업체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프리미엄·초대형 가전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판촉·할인을 적극 확대할 경우 매출은 늘더라도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낮아질 우려가 있다.


철강·구리 등 주요 원재료와 물류비가 지속 상승하면서 가전업계의 제조원가 부담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생산하는 가전의 주요 원재료인 강철과 구리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각각 21.3%·42.3%나 올랐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동기(58.0%)보다 4.6% 상승한 62.6%인데, 이는 최근 6개 분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전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보다 14.0% 증가한 18조 4556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으며, LG전자는 전년 동기보다 4000억원(15.6%) 증가한 2조 9697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미래 수요 반등을 대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출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마케팅 비용이 많이 필요한 프리미엄 제품의 생산이 증가한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둔화되다 보니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고가 재고'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라며 "연말 성수기에 적체된 재고자산을 해소해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격을 할인해 매출을 상승시키더라도 되레 영업익은 감소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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