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2024년까지 5%대 유지"…시장 기대 꺾는 연준 전망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2.11.29 09:51

이달 초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지난주 공개됐을 때 시장은 완화적인 메시지로 해석하며 환호했다.

"참석자의 상당한 다수가 금리 인상 속도를 곧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문구와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이번 긴축 사이클을 시작한 이후 처음 등장한 "경기 침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하지만 11월 1~2일 FOMC 의사록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이 28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연준 내에서 비둘기파에 가까운 인사들조차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각보다 훨씬 더 끈질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연방기금 금리를 5% 위로 올린 뒤 1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 경제클럽에서 연준이 예상하는 대로 내년에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2024년부터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를 낮춰야 할 시점이 있는데 그 시점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실질 금리를 플러스로 유지하되 실질금리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연방기금 금리도 낮춰야 할 것이란 의미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 금리가 내년에 자신이 지난 9월 FOMC 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FOMC 때는 연준 인사 각자가 제출한 금리 전망치들을 취합한 결과가 공개됐다.

그는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노동력에 대한 수요도, 경제 전반의 수요도 더 강하다"며 "근간의 인플레이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 경로도 지난 9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아니고 다소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FOMC 때 연준 인사들의 최고 금리 전망치는 내년에 4.6%였다. 이는 4.5~4.75%를 의미한다. 이보다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연방기금 금리를 5% 위로 올리겠다는 의미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3.75~4.0%이다. 오는 12월에 예상대로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4.25~4.5%가 되고 내년 2월과 3월에 0.25%포인트씩 올라가면 4.75~5%가 된다.

결국 윌리엄스 총재가 금리 인하가 가능한 시점을 2024년으로 제시했다는 것은 5% 금리를 최소한 1년 이상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금융연구협회(FSA)의 지난 5월 분석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는 비둘기파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날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은 연준 내에서 가장 매파적인 인사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불라드 총재는 이날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5% 위로 올린 뒤 "2023년 내내, 그리고 2024년까지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장은 여전히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정책을 얼마나 더 긴축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는 연준이 더 이상 긴축을 하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이 저절로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지적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아울러 내년에 실업률이 4.5~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 실업률은 3.7%였다. 그는 실업률이 4.5% 부근에서 정점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온화한 시나리오"라며 "경제가 좀더 급격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FOMC 때 공개된 연준 인사들의 전망치에 따르면 실업률 정점은 4.4%로 집계됐다. 윌리엄스 총재의 전망은 이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경기 침체가 없기를 바라지만 글로벌 경제 전망을 둘러싼 모든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경기 침체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침체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지난 9월 6.2%에서 올해 말에는 5~5.5%까지 떨어지고 내년에는 3~3.5%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를 끌어올렸던 최근 2년간의 원자재 가격 급등세는 가라앉았고 공급망 병목현상도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요 약화와 공급망 압력 완화에도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연준의 목표치인 2% 위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노동력과 서비스 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그는 임금 인상을 반영한 경제 근간의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려면 경제 활동과 수요를 완화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가적인 통화정책의 긴축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회복시켜 향후 수년 내에 인플레이션을 2%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는데 향후 수년이 필요할 수 있고 이 기간 동안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다른 지역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매년 번갈아 가며 FOMC 금리 결정 투표에 참여하는 것과 달리 항상 투표에 참여한다. 그만큼 다른 지역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보다 영향력이 크다.

게다가 윌리엄스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이날 출간된 저서에서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최근 수십년간 경험했던 것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구조와 세계화의 물결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풍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장기적인 노동력 공급의 변화와 탈세계화, 기후변화가 전세계 공급망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어 "미래에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 증시는 윌리엄스 총재의 다소 매파적인 발언과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에 반발하는 시위 확산으로 1% 이상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파월 의장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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