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았던 항암신약 문턱...한미약품 다음 카드는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2.11.28 06:00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속승인이 불발됐다. 한발 앞서 허가된 경쟁 신약보다 효과가 뚜렷이 높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당초 포지오티닙이 신속승인될 확률은 20%로 평가됐다. 미국 항암신약 허가 문턱이 높다는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한미약품은 이제 전 세계에서 허가된 사례가 없는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으로 미국 등 주요국 진입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최근 FDA 신속승인이 불발된 포지오티닙 관련, "포지오티닙 과제의 우선순위를 즉각 낮추고 지난 9월 FDA 시판허가를 받은 호중구감소증 신약 '롤베돈'의 마케팅 및 판매에 회사 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지오티닙은 2011년 한미약품이 보건복지부 항암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기 시작한 경구용(먹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2015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됐고 2016년 미국 임상 2상에 돌입했다. 포지오티닙은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신약을 허가하는 신속승인 절차를 통해 미국시장 진입 도전에 나섰다.

신속승인을 받게 되면 한미약품은 약 세 달 사이 두 번 연속으로 세계에서 신약 허가 문턱이 가장 높은 미국 FDA를 넘을 것으로 기대됐다. 한미약품의 롤론티스는 지난 9월 FDA의 허가를 받아 한미약품의 첫 글로벌 신약이자 FDA에서 6번째로 허가받은 국산 신약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포지오티닙의 도전은 무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포지오티닙에 대한 개발 우선순위를 낮추겠다고 한 만큼 추후 임상 3상을 이어가 재도전에 나설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선 신속승인이 불발되면 스펙트럼이 포지오티닙의 임상 3상을 거친 뒤 정식 승인 절차를 통해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스펙트럼이 포지오티닙에 대한 명확한 개발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이 신약이 임상 3상 후 미국시장에 진입한다 해도 이미 의료현장에서 처방중인 경쟁 신약 탓에 개발 실익이 낮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포지오티닙을 개발하기 시작한 2008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유전자변이에 대응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없었다. 제약사로서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이 포지오티닙 개발을 이어간 이유이자 FDA의 허가 확률이 높았던 배경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FDA는 지난해 얀센의 '리브리반트'와 다케다 제약의 '엑스키비티'를 허가한데 이어 올해 8월에는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까지 허가했다. 모두 비소세포폐암 신약이었다.

게다가 FDA의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지난 9월 포지오티닙 신속승인 관련, 13명의 위원 중 9명이 반대 의견을 내며 FDA에 부정적 권고를 했다. 포지오티닙의 임상 2상 결과로 미루어 볼때 엔허투 등 동종 치료제에 비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게 업계 분석이었다. 신약이 임상 2상 과정에서 신속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이미 처방중인 동종 치료제보다 뛰어난 부분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선 포지오티닙의 FDA 신속승인 성사 확률이 20%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제 한미약품의 미국 신약 도전 무게중심은 포지오티닙에서 NASH 치료 신약으로 기울었다는게 업계 평이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MSD로 기술수출한 '듀얼아고니스트'와 또 다른 NASH 치료신약 '트리플아고니스트'다. 듀얼아고니스트의 임상 2a상(전기 임상 2상)은 지난 10월 마무리됐고 트리플아고니스트는 임상 2상 단계다.

NASH는 음주와 상관없이 간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증상 악화 정도에 따라 간경화·간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간암까지 유발한다. 게다가 NASH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어려운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신약판도를 좌우할 시장에서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N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억 달러(약 26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듀얼아고니스트와 트리플아고니스트의 임상 2상 결과는 내년 상반기 확인 가능할 전망"이라며 "듀얼아고니스트는 내년 하반기 후속 임상 진입이 기대되며 트리플아고니스트는 임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기술 이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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