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파이(街拍). 말 그대로 걸거리 촬영꾼들이다. 마구 촬영한 영상을 플랫폼에 올리고 클릭을 유도하는 걸로 돈을 번다.
남의 몸을 허락도 없이 함부로 찍는다는 점에서 도둑촬영, 즉 도촬꾼과 다를 바 없다. 한국에서 도촬꾼이라면 피사체 몰래 소형 카메라로 촬영하는 변태 성향의 범죄자를 말하지만, 중국 사정은 그렇지 않다.
도둑 촬영대놓고 찍는다. 마음에 드는 피사체가 나타나면 수십명이 달려든다. 촬영이 끝나면 서로 카메라 속 영상을 보여주며 품평한다. 가장 이상한 건 도둑 촬영을 당한 여성도, 이 행위를 지켜보는 사람 누구도 제파이들에게 항의하거나 이들을 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일상적이며 정상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하듯 한다.
대부분 여성은 그렇지 않겠지만 일부는 제파이들과 공생관계를 자처한다. 제파이 앵글에 들어오기 위해 모델처럼 걷는다. 일반인들과 차원이 다른 의상은 기본이다. 제파이 보라고 두세 명이 상황극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 스타, 즉 '왕훙'을 꿈꾸는 이들이다. 남다른 비주얼이 제파이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고 추종자들이 생기면 돈벌이 길이 열린다.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미래 왕훙들이야 제파이 플랫폼이 꼭 필요하지만 모든 패션 피플이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피해자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도 있다. 민법 1019조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만약 촬영을 허락한다고 해도 이를 게시하거나 출판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별도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영상을 촬영하는 제파이는 있어도 피사체 여성에게 양해를 구하는 제파이는 없다. 제파이들이 관광객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자 청두 내 패션 1번지 청두 타이구리는 제파이 행위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베이징 타이구리 역시 최근 제파이 출입 금지 팻말을 세웠다.
제파이들로부터 선량한 관광객들의 초상권을 보호해야 관광객이 늘고 그래야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 베이징이 준봉쇄된 지금 타이구리는 텅 비었지만 제파이들은 여전히 타이구리를 배회한다. 초상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법을 어길 경우 엄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늘지 않는 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