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국제무대 존재감 변화로 주목받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튀르키예(터키)와 50억 달러(6조65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와 튀르키예 재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50억 달러를 예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는 튀르키예의 외화보유액 확충 및 (튀르키예 내 사우디 영사관에서 벌어진 반(反)정부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4년 만의 지역 라이벌 간 화해 신호"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사우디와 튀르키예가 잠재적 예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튀르키예 관계자는 양측 간 통화스와프 논의를 인정하며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되면 물가상승·화폐가치 급락 등으로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는 튀르키예의 재정적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기준금리 인상은 모든 악(惡)의 어머니"라며 금리인하를 고집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험적인 금융정책에 곤두박질쳤다. 연초 달러당 13리라에서 현재 18리라 후반대로 상승해 가치가 40%가량 추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리라화 방어에 최소 179억 달러(약 23조7748억원)를 사용했다. 외화보유액도 크게 줄었다. FT에 따르면 21일 기준 튀르키예의 순외화자산 규모는 115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최근 5일 사이 30억 달러 감소한 것이다.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세계 주요국이 '석유 부자'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최근 카슈끄지 피살 사건 관련 소송에서 그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기도 했다.
'국제적 왕따'에서 벗어난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재용 삼성 회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를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또 이를 통해 사우디와 한국 기업 간 26개 프로젝트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포착돼 국제적 '인싸'(인사이더)로 등극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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