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의장은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확률형 아이템은 자율규제가 법적규제보다 이용자 보호에 더 적합하다"라며 "법적규제는 강력한 페널티가 있지만, 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수익모델(BM)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매일 새로운 BM 등장 속에 게임주기까지 짧아지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해선 '속도전'이 생명인데, 법으로는 이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황 의장은 "심사를 하면 확률정보를 표시해야 할 콘텐츠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라며 "이를 경찰·검찰이 판단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장기간의 수사·재판 끝에 확률이 공개되더라도 이용자 보호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OK은 해외 게임사의 확률정보 공개를 독려하는 데에도 자율규제가 실효적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게임사를 제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형사처벌이란 강수를 두기보단 현행처럼 '어르고 달래' 확률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GSOK은 해외 게임사에 어떤 시스템·상품에서 확률정보 공개가 필요한지 주기적으로 메일을 보낸다.
나현수 GSOK 사무국장은 "해외 사업자에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이라고 메일을 보내면 처음엔 무시한다"라며 "다만 매달 모니터링하면서 게임 내 어떤 콘텐츠의 확률정보를 공개하면 준수게임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메일을 보내면 회신이 온다. 이런 방식으로 준수율을 올리고 있는데 법적규제로 (준수율 제고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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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게임사 자율규제 준수율 100%…해외 게임사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캡슐형뿐 아니라 강화형·합성형 아이템의 개별 확률정보를 공개하도록 자율규제 강령을 강화했다. 지난달 협회 회원사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100%다. 전체 게임물(자율규제 대상 게임물)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강령 개정초인 올해 1월 76.3%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84.8%를 기록, 강령이 강화되기 전인 2021년 10월 수준(86.7%)을 회복했다.
다만 해외 게임사가 대부분인 비회원사 준수율은 53.7%에 그친다. 사실상 절반은 자율규제를 따르지 않는 셈이다. 자율규제가 강화되면서 준수율은 더 떨어졌다. '에이펙스 레전드'·'도타2'·'퍼즐 오브 Z'·'브롤스타즈' 등 8개 해외게임은 자율규제를 9회 위반했는데, 국내서 여전히 성행한다. 자율규제를 3회 어길 시 미준수 게임물로 공표하는 페널티가 약해서란 분석도 나온다.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확률정보의 신뢰성도 문제다. GSOK은 게임사의 확률정보 공개여부만 모니터링할 뿐, 확률정보를 검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 게임사 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각 게임사의 확률정보가 맞는지 조사한 후 허위정보 기재 시 처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황 의장은 "GSOK은 민간기구기 때문에 조사 권한이 없다. 허위정보는 검증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현행 표시광고법과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확률정보) 허위표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할 수 있다. 완전한 공백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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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자율 VS 이용자 보호, 길 잃은 이중뽑기 규제 ━
나 사무국장은 "컴플리트 가챠는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특정재화를 뽑은 후 게임 플레이와 연계해 최종적으로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는 시스템의 경우 어디까지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지 모호하다"라며 "그 모든 걸 막는다면 게임 플레이 자체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내부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며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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