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전 계열사는 최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방식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교육명은 '삼성의 새로운 워킹 웨이(일하는 방식) 프로다움'으로 프로다운 실천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당부를 전한다. 30분가량의 제작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한승환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사장 등 경영진들을 비롯해 구글, ASML 등 글로벌 기업에서 삼성으로 이직해온 이들이 출연한다.
프로다운 자세의 예시로는 일명 '소울리스좌'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김한나씨가 나온다. 영상은 "김한나씨의 근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소울리스좌 열풍을 일으켰다"며 "매일 목이 쉴 정도로 랩을 외우고 퇴근 이후에는 따로 춤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고 설명한다.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육상 최초로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 선수,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 사례도 거론된다.
이어 회사와 리더, 구성원이 각각 지녀야 할 자세를 제안한다. 회사는 구성원과 리더 모두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성과로 승부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리더는 구성원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율적 업무환경에서 구성원이 최고 성과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성원의 경우 주어진 업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성과를 낼 것을 당부했다.
영상에는 현재 삼성의 업무수행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담았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피드백과 성과로 이어지는 코칭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직원 절반이 넘는 51%가 상사로부터 업무성과가 아닌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외적인 요인으로 평가받는다고 답변한 사실도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유수 기업에서 삼성으로 이직해온 이들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 직원은 "(삼성은) 주어진 업무에 대해서는 굉장히 성실하게 완성도를 100% 가까이로 만들어낸다"면서도 "그런데 자기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이전 회사에서는) 일하는 부분에 대해 자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줌으로써 좀 더 명확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삼성이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회장 타이틀을 단 뒤로 업무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이 삼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의 지시 속에서 인재개발원이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한 계열사 직원은 "그룹이 없어지고 나서는 법정의무교육 정도만 진행해왔다"면서 "일하는 방식과 관련한 교육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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