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백신 힘들게 만들었는데…참 안타깝다."
국산 1호 코로나19(COVID-19) 백신 생산이 중단되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주들이 한숨만 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시작되며 주가가 공모가의 400% 넘게 뛸 만큼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앤데믹 시대에 접어든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시장의 혹평도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언제쯤 코스피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처럼 클 수 있을지 기다리고 있다.
23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 거래일 보다 6800원(-7.84%) 하락한 7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초인 지난 1월3일 22만9500원이었던 주가가 현재 3분의 1토막 난 상태다.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정부의 1000만 도스 선구매 물량 중 초도 물량 60만 도스를 출하한 이후 추가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의 추가 주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스카이코비원은 낮은 접종률로 초도물량 출하 후 추가 완제품은 생산하지 않고 있다"며 "추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생산, 공급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스카이코비원 초도물량의 국내 접종률은 약 1%에 그친다. 접종을 시작한 9월부터 지난 20일까지 스카이코비원을 접종한 사람은 3665명이다. 2차 접종을 가정해 최대 7330회 맞았다고 하더라도 초도물량의 약 1.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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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만원 가던 주가…이젠 7만원 대로 '뚝'━
주가도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3월 코스피시장에 출격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는 6만5000원이었다.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한편 6개월 만에 36만20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스카이코비원이 초기 형태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변이종이 더 우세해 추가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변이종에 대응하는 2가 백신(개량백신)에 대한 이상반응 신고율은 기존 백신의 10분의 1 정도다.
해외 수출도 여러 문턱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스카이코비원을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지의 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7월 MHRA(영국 규제당국), EMA(유럽의약품청)에 신청한 조건부허가, 9월 WHO(세계보건기구)에 신청한 긴급사용목록 등재 등이 모두 승인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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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일색인 증권가도 SK바사는 '중립'…"내년 역성장 예상"━
지난 3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보다 58.7% 감소한 911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78.6% 감소한 214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눈높이를 낮춘 시장 기대치를 소폭 웃돌았으나 증권가에선 대체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고 평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노바백스 백신판매 부진에 따른 CMO 수주물량 감소, R&D(연구개발) 비용 증가가 3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바이오 대장주들은 임상 통과 기대보다 의약품 제품 실적이 제대로 나와야 주가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스카이코비원으로 인한 추가 매출이 부재한 상황에서 향후 실적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가도 지난해 고점 대비 80% 하락한 상태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석하는 증권사 11곳 중 6곳만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나머지 5곳은 '보유' 혹은 '중립'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매수 일색인 다른 종목에 비해 상당히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WHO 승인 이후 스카이코비원의 추가 계약이 가능하겠지만 이미 변이종을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 출시된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파이프라인의 다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 사업 전략을 놓고 보면 내년엔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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