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초봉만 대폭인상…"4년차인데 연봉 역전" 뿔난 선배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 2022.11.24 05:11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4년차와 1년차 연봉이 100만원밖에 차이가 안나는 것은 선배 입장에서 허탈할 수밖에 없죠."

한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는 4년차 직원 A씨(35)는 최근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연봉과 신입사원 계약연봉이 1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회사가 신입사원 초봉을 대폭 인상하면서 5년차 아래 저연차 연봉과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A씨는 "신입 모집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나 기존 직원을 홀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초봉을 잇달아 인상하면서 기존 직원들과 사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봉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임시방편식의 급여 인상이 지속되다 보니 불협화음을 빚는 모양새다. 특히 전자업계처럼 인재 확보가 어려운 업종의 경우 '잡은 고기'인 저연차 직원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30 젊은층 취업자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취업자는 지난 9월 380만 5000명에서 10월 379만 9000명으로 감소했으며, 30대 취업자도 지난 9월 533만 9000명에서 531만 3000명으로 줄었다. 40대·50대·60대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지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은 적극적인 인센티브로 '신입사원 붙잡기'에 나섰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은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대졸 신입사원 초봉을 5150만원에서 53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인 평균 9%의 인상에 이어 1년 내 500만원이나 초봉을 올린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5300만원으로 초봉을 인상했다.


젊은층 인구의 지속 감소와 경기 불확실성 지속으로 하방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기업이 채용을 원하지만 채우지 못한 빈 일자리수는 9월 기준 22만 6000명에 달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 업체에서 신입 초봉을 올리면 다른 기업에서도 함께 올릴 수밖에 없다"라며 "기존 연봉까지 올릴 여력은 안 되는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연봉 인상이 신입사원 초봉에 한정되다 보니 기존 사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1~3년차 직원들 연봉과 초봉이 200만원 정도 격차가 나며, 2021년 입사자는 신입사원과 1년에 2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공지는 신입사원·1년차 사원에 한정된 인상안 발표"라며 "기존 직원 인상·조정안은 정해진 게 없다"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업 부담이 심해질뿐더러 사내 갈등으로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신입 인재 확보 목적의 초봉 인상 경쟁이 자칫 저연차 직원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90.1%가 "이직·퇴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거나 기회를 보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 사유로 '연봉 인상률 불만족'이 가장 높았다.

국내 노동시장의 왜곡된 노동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초봉을 계속해 올리다 보면 한계가 올 수밖에 없고, 내부 불만도 커질 것"이라며 "채용 안정성·워라밸 등 MZ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근본적인 사내 문화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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