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오봉역에 CCTV 하나 설치 못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2022.11.23 05:30
# 열차를 분리하거나 결합하는 작업을 입환(入換)이라 한다. 철도 업무 중 3대 위험 작업 중 하나다. 2017년 8월 이후 최근 5년간 입환작업 중 발생한 산업재해는 9건이었다. 9건 중 6건이 오봉역에서 발생했다. 지난 5일 30대 직원 A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그 곳이다.

"오봉역 등 입환물량이 많은 주요역에 CCTV를 설치하는 등 특별관리하고, 작업자의 이동통로를 설치하고 야간 시인성을 확보하겠다."

이번 사고 후 나온 대책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2017년 8월 '철도안전 운행 및 작업자 안전 확보 대책'이라며 발표한 내용의 일부다.

A씨는 2018년 입사했다. 정부가 '오봉역'을 적시하며 안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듬해다. A씨의 여동생은 사고현장을 돌아보고 이런 글을 썼다.

"철길 옆은 울창한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철조망으로 인해 사고가 나도 도망칠 공간도 없었고 CCTV는 당연히 보이지도 않고 설치돼 있지도 않았으며 밤에는 불빛조차 환하지 않아 어렴풋이 보이는 시야 속에서 일을 했고 유일한 소통수단인 무전기 또한 상태가 좋지도 않은 그런 환경 속..."

# 오봉역 사고 바로 다음날 발생한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는 선로 분기부의 '텅레일' 파손이 원인이었다. 텅레일은 분기점에 길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레일이다. 사고 열차보다 4분 앞서 사고구간을 운행한 열차의 전방 CCTV 영상에선 텅레일의 파손이 발견되지 않았다. 선행열차가 지나가면서 텅레일이 파손됐고 4분 후 그 위를 지나가던 무궁화호가 탈선했다는게 현재까지 파악된 사고 원인이다.

일반 레일은 파손 시 궤도회로를 통해 후속열차에 정지신호가 통보된다. 하지만 분기 레일은 선로 전환 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궤도회로 구성에서 제외된다. 결국 텅레일은 파손 가능성을 파악해 사전교체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텅레일의 교체주기는 13년이고 사고지점은 11년 됐으니 교체주기를 어긴 것은 아니다.

레일의 이상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운행하는 특수열차를 탐상차라고 한다. 코레일은 일반선은 1년에 한번, 고속선은 분기에 한번씩 탐상차로 레일을 점검한다. 코레일이 보유한 탐상차는 현재 1대다. 코레일의 10분 1도 안되는 철로를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탐상차는 4대다.


# 사고가 터지면 흔히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이 쉬운 결론은 늘 경계해야 한다. 시스템만 고치면 다 될 것 같은 환상을 만들고 자칫 사람의 문제를 간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철도사고를 보면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라는 확신이 든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철도를 둘러싼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날 회의에선 코레일이 근무시스템을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꾼 것이 도마에 올랐다. 과도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인력충원 없이 3개조가 4개조로 바뀌면서 조당 근무 인원은 3인에서 2인으로 줄었다. 오봉역도 마찬가지였다.

코레일은 근무체계 변경을 위해 1800여명의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이 국토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조2교대를 강행했다며 이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감독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코레일과 노조에게 사고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코레일 사장이 무책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사퇴하라고 몰아붙였다.

잇따른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이 난장은 국민들에게 그대로 생중계됐다.
국민들은 묻고 싶다. 그래서 지난 5년간 오봉역에 CCTV 한대 설치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313㎞를 관리하는 서울메트로도 4대나 갖고 있는 탐상차가 3862㎞를 관리하는 코레일에는 왜 1대 뿐이냐고.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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