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경제위기 왔는데…' 절실함이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에디터 | 2022.11.24 05:40
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 한국 경제도 빠른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 침체 국면 초입에 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교과서에서만 보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속 경기침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기침체는 과격하면서도 미숙한 경제정책이 낳은 후폭풍이다. 위기의 단초는 물가다. 지난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해온 여파가 쌓인데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겪으면서 집중된 돈풀기 영향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올해 초부터 물가가 빠른 속도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물가가 위험하다는 전조가 지난해부터 이미 나타났지만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미루고 미루다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0~0.25% 수준에 그쳤지만 11월 22일 현재 3.75~4%까지 무려 3.75%포인트 급등했다. 유례 없이 빠른 속도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인상 추이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가 물가안정목표인 2%로 접어들기엔 너무 높기 때문이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7%를 기록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이어가면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경기둔화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보류하려해도 미국과 기준금리차가 급격히 벌어질 경우 외화유출과 환율 불안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급등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시킨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이미 글로벌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영란은행(BOE)은 1920년 이후 100년 만에 가장 긴 기간 동안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의 경기침체는 지난 3분기 이미 시작됐으며 2024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 미국의 경기침체도 이미 시작됐다는 다수의 경제학자들의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수출도 위협받기 시작했다.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레고랜드 사태가 위험 신호를 쐈다.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투자는 급격히 위축될 전망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실질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른바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KDI가 경제전문가 405명과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제전문가의 97%, 일반 국민 96.3%가 우리나라가 이미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위기를 돌파하려면 정부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앞장 서 경기를 진작시키려는 총력을 기울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이끌고, 국민들에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줘야 한다. 또 정부가 중심이 돼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난제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입법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과의 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을 아무리 잘만들어도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때 정부가 리더십을 갖고 정치권을 설득해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는 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대승적으로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극한 갈등, 서로 헐뜯는 모습만 보인다. 이래서는 위기 극복은 커녕 미래를 위해 그동안 뿌려온 씨앗마저 모두 사라져 공멸할 수 있다. 노조는 또 파업을 한단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이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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