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바로잡으려 돌아온 '카톡의 아버지'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2.11.21 06:01
이확영 그렙 CEO. /사진=그렙
카카오의 위기를 뚫기 위해 올드보이(OB)가 돌아왔다. 김범수 전 의장, 이제범 전 대표와 함께 카카오톡 개발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확영 그렙 대표가 카톡 대란의 진상조사를 맡았다. 카카오톡의 장애 원인 및 서비스 복구 과정에 대한 기술적 해답을 내리고, 나아가 카카오 공동체의 새로운 선장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 CTO(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의 이확영 대표가 카카오의 키를 쥘 경우,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문어발'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던 카카오가 '테크기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순 외부인이 아닌, 카카오톡의 아버지 이확영


20일 카카오에 따르면 이확영 그렙 대표는 지난 11일 카카오 먹통 사태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의 원인조사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서비스 장애의 원인과 장애 복구 과정 조사를 총괄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 대표 선임 소식을 알리면서 "객관적 원인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선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확영 대표는 순수한 '외부 전문가'로 볼 수만은 없는 존재다. 그는 카카오 직원이 두 자릿수, 카톡 사용자가 수십만명대이던 시절부터 김범수 창업자, 이제범 전 카카오 대표 등과 함께 카카오톡의 뼈대와 초기 사업모델을 개발한 '개국공신'이다. 삼성SDS에서 김범수 의장과 연을 맺고, 김 의장처럼 한게임과 NHN을 거쳤다. 김 의장이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한 지 1년 만에 러브콜을 보내 2013년까지 함께 카카오톡에 매달렸다.

특히 이 대표는 카카오톡의 초기 기능 채택을 이끌었다. 지금은 카톡에서 흔하게 쓰이는 보이스메시지, 지도 위치 공유, 대용량 파일 전송 등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2011년 카톡의 안정성과 속도에 질적 혁신을 불러왔다고 평가받는 '겁나 빠른 황소 프로젝트'도 이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카카오톡 가입자가 1억명을 넘어서던 2013년 창업을 하겠다며 카카오를 떠났다.


카카오, 본연의 테크기업으로 돌아갈까


카카오톡 BI. /사진=카카오
이렇듯 카카오톡의 탄생과 성장에 깊숙이 개입했던 이확영 대표의 귀환은 단순한 '사고 조사'를 넘어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술통인 이 대표를 구원 투수로 등판시킨 것은, 카카오 공동체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인 '카카오톡'을 근본부터 보다 튼튼한 서비스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이 나온다.

이확영 대표가 카카오를 떠난 뒤 설립한 그렙은 2016년부터 개발자 교육 사업에 주력해왔다. 카카오에 더해 네이버(NAVER) 등 여러 IT(정보기술) 기업, 금융기업 등의 개발자 채용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재 개발자 채용 시 필수 요소가 된 '코딩 테스트'를 보편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는 사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조사 결과와 함께 카카오톡 서비스, 나아가 카카오 공동체 운영 전반에 대한 새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메신저 서비스와 정합성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카카오톡이라는 공동체의 '근본'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구원투수 이확영, 포스트 남궁훈 물망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용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카카오가 창업 초심을 살려 테크 기업으로 돌아가는 방향성을 채택할 경우 자연스레 사고 조사를 맡았던 이확영 대표가 카카오의 새 수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카톡 대란에 따른 남궁훈 전 대표의 사임 이후 홍은택 대표가 카카오를 맡고 있지만, 신사업 부문은 권미진 수석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이중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홍은택 대표는 비즈니스 CEO라기보다는 카카오 공동체 전반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영입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다시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경영복귀설을 부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이 직접 경영의 키를 쥐지 않는 상황에서 '복심'으로 꼽히는 옛 카카오 멤버를 대표에 선임해야 활발한 소통과 신규 비즈니스 추진 등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며 "카카오톡의 기본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으면서 김범수 의장과 막역한 사이인 이확영 대표가 차기 카카오 CEO로 거론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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