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6억 쪽박 내고도…'부도 위기'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더 살 것"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2.11.19 06:13

부켈레 대통령 "매일 비트코인 1개씩 구매"…
세계 최초 법정화폐 채택했지만, 수익률 형편없어…
국민들 비트코인 이용 저조한데, 대통령 이상한 고집…
"비트코인이 미래다", "싸게 팔아줘 고맙다" 주장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법정화폐로 비트코인을 채택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최근 시세 급락에도 비트코인을 매일 한개씩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FP=뉴스1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앞으로도 계속 비트코인을 사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 들어 주요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60% 이상 순손실을 보고 있는데도 비트코인 투자 실험을 이어가겠다는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내일부터 매일 비트코인을 한 개씩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한 후 지금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1억715만달러(약 1437억원)를 매수했다.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은 2381개에 달한다.

수익률은 형편없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에 따르면 이날 현재 수익률은 -63%다. 손실액은 6754만달러(약 906억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 6만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1만6000달러선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엘살바도르가 법정화폐로 채택한 직후 반짝 상승했지만, 올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루나·테라' 폭락, 이달 'FTX 파산신청' 등 잇단 스캔들에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AFP=뉴스1
엘살바도르 정부는 해외송금, 일상용품 구매 등에 비트코인을 적극 활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 1년을 맞아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이 최근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비트코인 송금액은 전체의 2%를 밑돌았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조사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성인 1800명)의 20%만 비트코인 지갑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의 미래가 밝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 7월에도 비트코인 152만달러(약 20억원) 어치를 추가 매수했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은 미래다"라며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가격 폭락에 대해서는 "그래프를 보지 말고 삶을 즐기라"며 "약세장이 지나면 비트코인 투자는 안전하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의 한 신발 상점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로이터=뉴스1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85%를 넘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국가 신용등급을 'CCC+'로 평가했다. 이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의미로 중미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엘살바도르에 "재정 안정성에 큰 리스크가 있다"며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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