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FTX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연쇄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FTX와 연관된 암호화폐 대출업체와 거래소 등이 연이어 자금인출 중단과 파산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또 앞서 FTX의 홍보대사로 나섰던 유명 인사들이 집단소송에 휩싸였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출업체 '큰손'으로 불리는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또 다른 대출업체 블록파이가 신규 대출과 자금인출을 일시 중단했다. 특히 블록파이는 유동성 위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FTX가 인수를 발표했던 대출업체 보이저 디지털은 다른 인수자를 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네시스 트레이닝은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우선순위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산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신규 대출과 환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트레이닝의 모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은 "FTX 사태로 업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시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트레이닝이 앞서 FTX 계좌에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원)의 자금이 묶여있다고 밝히자 이를 우려한 고객들의 인출요청이 몰리면서 현재의 유동성을 넘어서자 내린 긴급 결정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총 활성 대출금은 28억 달러(3조7416억원) 이상에 달했다.
하버드대 출신의 억만장자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고객 자금 상환을 중단했다. 제미니는 '제미니 언'이란 이자 지급 프로그램을 통해 제네시스 트레이닝과 협력 중이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 트레이닝이 환매를 중단하자 제미니도 자금 인출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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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준비' 블록파이, 직원도 내보낸다━
블룸버그는 블록파이가 FTX 자회사이자 이번 사태를 촉발한 알라메다 리서치에 투자하는 등 FTX와 깊게 연루됐다고 지적했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 FTT토큰을 담보로 차입을 늘려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고, 이는 FTX의 대규모 자금인출로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블록파이는 지난 6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을 메꾸고자 FTX로부터 기업을 위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리볼빙 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블록파이에 자금을 제공했다. 블록파이는 FTX로부터 지난 7월 4억 달러 규모의 리볼빙 대출을 받았는데, 이 거래에는 FTX가 최대 2억4000만 달러에 블록파이를 인수할 수 있다는 옵션도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FTX의 급속한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다.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빌려주며 풍선처럼 부풀었던 암호화폐 세계가 FTX 붕괴를 계기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FTX 파산 충격은 미국 연예계와 스포츠계에도 확산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 플로리다 마이애미 남부 지방법원에 톰 브래디(미식축구선수), 스테판 커리(NBA 선수), 샤킬 오닐(전 NBA 선수), 지젤 번천(모델), 래리 데이비드(영화배우), 나오미 오사카(테니스 선수), 오타니 쇼헤이(MLB 선수) 등을 대상으로 한 집단 소송이 접수됐다. 모두 앞서 샘 뱅크먼-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를 지지하고 FTX 홍보에 나섰던 인물들이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로펌 '보이스 쉴러 플렉스너'와 '모스코위츠'는 FTX가 유동성이 좋아 보이도록 신규 투자자금을 빼돌려 기존 투자자들의 이자를 지급하는 데 사용하는 사기 행각을 벌여 미국 소비자들이 총 11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FTX 마케팅에 참여한 유명 인사들을 고소했다.
한편 미국 하원은 FTX 사태 관련 청문회를 내달 개최, 뱅크먼-프리드 CEO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과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간사는 12월 중 청문회를 열고 FTX 경영진을 불러 파산신청 경위와 피해 구제 계획을 묻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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