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RE100 숙제' 못하면 -26조…"관세보다 무서워" 기업 한숨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22.11.18 05:25

[MT리포트]'힘겨운' RE100, '현실적' CF100 ③

편집자주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을 활용하는 'RE100'을 선언하는 우리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한국 현실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원자력 등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을 포함하는 'CF100'의 대안 가능성을 점검하고 현실화를 위해 풀어야 과제를 짚어본다.

"(RE100 때문에) 굉장히 당황스럽고 긴장이 된다. 아마존이나 MS같은 고객사들의 요구가 높아 재생에너지로 반도체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 등이 공동 개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제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온 국내 굴지 기업 부사장의 말이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보는 국내 기업들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RE100은 비영리기구가 주도한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기업엔 관세보다 더 무섭다.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몇몇을 제외하곤 사실상 충족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집계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 안팎이다. 해외 추정치는 5%를 하회한다. 뭐가 맞든 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30%는 물론 글로벌 201개국 평균 10.3%(영국 엠버 집계)에도 크게 못 미친다. 제조업 중심 경제를 오래 육성해 온 한국이 안정적이고 값이 싼 원전을 중심에 두고 전력 설계를 해 온 결과다.

정부가 10차 전력 수급계획 실무안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1.5%로 제시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규모가 작은 만큼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해외서 사업하는 데 비해 RE100 달성에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며 "대안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의 눈이 해외를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급증하고, 한국의 투자를 기다리는 나라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은 엠버 조사에서 지난해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 21%를 달성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는데, 기존 계획 대비 9.4%포인트나 높여 잡은 공격적인 목표다.


삼성전자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19년 3220GWh에서 2020년 4030GWh, 2021년 5278GWh로 매년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이 기간 미국이 96%에서 100%로, 유럽은 95%에서 100%로, 중국은 90%에서 100%로, 브라질은 90%에서 94%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었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멕시코다. 2019년 3.8%에서 지난해 71%로 늘었다. 인도도 14%에서 23%로 소폭 늘었다.

한국에선? 공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대비 매우 낮다는 예상만 나온다. 낮은 재생에너지 비율은 곧 많은 지출을 의미한다. 그린피스가 2019년 기준으로 추정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사용량 중 REC(재생에너지증명), 즉 돈으로 때운 비율은 약 66%다.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적은 한국에선 REC 비율이 훨씬 높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보다 자금 사정이 나쁜 기업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숙제를 할 수 없는 곳에서 숙제를 강요받는 셈인데, 그럼 답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자료를 내면서 E100을 요구하는 해외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매출이 최대 20%까지 줄어들 수 있고 손실이 26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EU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 등 보호무역 장벽이 가뜩이나 커진다. 가장 손쉬운 답은 해외 증설이다. 기업의 엑소더스 위협 요소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의견을 모아 무탄소전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RE100 대신 원전 등 무탄소 발전을 포함해주는 CF100(Carbon Free 100%)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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