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코로나 수능'인 탓에 응원전도 없었다.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교문 앞은 한산했다. 수능날 떠들썩한 응원전이 없어진 것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부터다. 사회적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교육청은 코로나19로 확산 우려로 인해 응원전 자제를 요청했다.
입실은 오전 8시10분까지. 새벽부터 수험생과 학부모가 하나둘씩 시험장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한시간 전쯤부터는 수험생들이 줄을 이었다.
여씨는 도시락을 어떻게 싸야 하나 주변 사람에게 여러번 물었다. 결국 딸이 원한대로 죽을 싸줬다. 여씨는 "딸이 마음 편하게 시험을 봤으면 한다"며 "이제 집에 돌아가 운동하며 마음을 추스려야겠다"고 했다.
시험 지각을 막기 위한 수험생 긴급 수송 대책도 가동됐다. 수험생의 안전한 도착을 위해 이날 왕십리역 앞에는 성동구 자율방범대 회원 40명이 오전 6시부터 모여 수험생 긴급 수송을 준비했다. 서울경찰청에서는 수송차량 에스코트를 돕기 위해 사이카(경찰용 오토바이) 2대가 지원 나왔다.
오전 7시 10분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 '평소대로 나왔지만 늦을 것 같다'는 수험생이 나타났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 집을 나선 이 수험생은 강남구 현대고 고사장으로 가기 위해 왕십리역에서 자율방법대원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 탔다. 경찰용 오토바이가 앞에서 길을 터주는 역할을 맡았다. 예년 같았으면 수험생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후송 했겠지만 올해부터는 안전 이유로 수험생 오토바이 탑승이 금지됐다.
이날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왕십리역 6-1번 출구 앞에서만 10여명의 수험생이 지정된 택시와 긴급수송 차량을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수험생이 탄 차량의 운전을 맡은 한 자율방법대 회원은 "한대부고까지 10분이면 간다"며 "오늘 수험생 2명을 태워다 줬다"고 했다.
이른 오전부터 서울 시내 예배당과 사찰에는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대다수 사찰과 교회에서 수능 시간표에 맞춰 오전 8시40분부터 본격적인 '수능기도'를 시작하지만, 간절한 마음이 더해진 학부모들은 새벽 4시부터 절과 교회를 찾았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은 김선옥씨(74)는 "오늘 시험을 보는 손녀가 은혜 속에 시험 잘 보고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험생도 새벽부터 절을 찾았다. 이날 오전 5시에 조계사 대웅전 앞 의자에 앉은 경복고 학생 정원영군(18)은 "전날 밤 10시에 잠들었다가 오늘 오전 2시에 깼다"며 "계속 잠을 청해도 잠이 안 와서 부처님 뵙고 가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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