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도덕적 해이에 빠진 서울주민자치

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2022.11.18 02:05
채진원 교수
지난 10월17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박상혁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번 폐지안은 주민자치에 역행할 뿐 아니라 숙고·숙의 없는 일방적 폐지안"이라며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이 사안은 지난 10월5일 조계사와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하 서마종) 종료방침을 규탄한 것처럼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박상혁 의원은 폐지사유에 대해 "마을공동체 사업이 '자치구 단위'에서 추진되는 것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마중물 차원에서 지원을 지속했지만 사업과정에서 특정단체에 혜택이 집중됐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비효율이 드러났다"며 "조례폐지로 각 자치구 실정에 맞는 자치구 주도의 마을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특정단체의 비효율'이란 무엇일까. 이는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의 명분으로 내세운 고 박원순 시장이 벌인 보조금과 민간위탁금의 잘못된 편성과 집행과 관련된 사항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입출금기)으로 전락했다"며 서마종과 그 지원대상이 되는 시민단체의 민간위탁 보조사업 등 832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박상혁 의원의 지적은 보다 근본적인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해 문제다. 무엇이 비효율을 부른 근본적인 원인일까. 박원순 전 시장의 마을공동체사업과 서울형 주민자치모델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주민직선제를 통한 자치위원 선출을 외면해 주민자치회의 관치화를 부추긴 것처럼 실제로는 시민단체 예산지원을 통한 지지세력 결집용으로, 즉 주민자치회를 대권전략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설계해 활용하려고 한 것이 문제가 아닐까.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 역시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도덕적 해이와 도덕적 타락에 빠진 것이 문제가 아닐까.


박원순식 서울형 주민자치모델은 '그람시의 헤게모니론'처럼 중간지원조직인 서마종을 앞세워 지역 주민자치회를 체계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평가다. 20년간 주민자치운동을 전개한 '한국주민자치중앙회'(회장 전상직)는 "'서마종-마자센터-동자치지원관-주민자치회'라는 수직적 위계로 이어지는 설계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상부기관으로 올라서 주민자치회를 하부기관으로 지배하는 동기로 작동, 결국 중간지원조직이 권력형 지배단체로 변질되며 본연의 취지와 사명을 잊은 채 도덕적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폐지안 논쟁을 통해 박원순식 주민자치의 부조리가 드러난 만큼 오세훈 시장은 새 모델을 정립해'주민자치 바로세우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새 모델의 핵심으로 시민단체에 지원한 예산을 주민자치회와 그 상급조직(시군구협의회-시도협의회)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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