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5대 기업이 지난해 사용한 전력량은 총 47.67TWh(테라와트시)로, 지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43.1TWh를 넘었다. 전력소비량은 삼성전자(18.41TWh), SK하이닉스(9.21TWh), 현대제철(7.04TWh), 삼성디스플레이(6.78TWh), LG디스플레이(6.23TWh) 순이다.
문제는 국내 RE100 가입 기업 수가 25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RE100은 2014년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시작한 캠페인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이슈가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집단이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만으로 소비 전력을 충당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RE100 가입 기업 중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기업의 전력 사용량만 집계해도 38.5TWh에 달한다.
한국에선 특히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RE100 달성이 어렵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다. 기업들은 RE100 이행수단으로 녹색프리미엄제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주로 채택한다. 녹색프리미엄제는 전력 소비자가 한국전력에 녹색프리미엄을 지불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 인증에 활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REC 역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전력을 공급했다는 증명서다. REC는 수요·공급에 따라 거래소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기업들이 REC를 구매할 경우 REC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기업 수요가 늘면서 월평균 REC 가격은 올해 1월 1단위당 4만6211원에서 10월 6만3614원으로 올랐다. 국내 최대 전력소비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REC 구매 대열에 합류하면 가격은 여기서 더 뛰게 될 전망이다. REC 가격 증가는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향후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도 좋지 않다.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2030년 원전 비중은 32.8%,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원전 비중을 8.9%p(포인트)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를 8.7%p 낮춘 셈이다. 정부는 원전 10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온실가스감축목표에 부합하면서 현실적이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과 수소연료전지까지 포함한 CF100(무탄소 전원 100% 사용)이 기업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CF100은 원전과 연료전지까지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사용하는 캠페인으로 구글과 UN에너지, UN 산하 지속가능에너지 기구(SE4ALL) 등이 함께 만들었다.
2017년 RE100을 달성한 구글은 2018년 CF100으로 전환하고 '24×7(24시간 7일 내내) 탄소배출 제로(Carbon Free)'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삼았다. 구글은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를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구글은 원전을 고정적 무탄소 자원(firm carbon free sources)으로 구분하고,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8년 시작된 CF100은 2014년 발족된 RE100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가입 기업도 적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CF10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2%는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을 고려해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에 찬성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 산업본부장은 "한국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자연환경과 신재생에너지 조건이 안 좋기 때문에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불리하다"며 "경제단체에선 정부에 원전을 무탄소 전원으로 포함시키고 인증해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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