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비, 다시 날다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 2022.11.15 15:11
나비, 사진제공=알앤디컴퍼니


스물 셋의 나이로 지난 2008년 데뷔한 가수 나비는 어느덧 데뷔 14년차가 됐다. 오랜 세월 쌓아온 디스코그래피 중엔 많은 사랑을 받은 곡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었다. 전성기와 슬럼프를 오갔고, 마음고생도 적지 않게 겪었다. 지난 몇년 간 나비는 가수로서 사실 하향선을 그렸다. 가요계가 유행에 가장 민감한 판인 만큼 발라드 가수라는 고착화된 이미지를 지닌 그에게 있어서 최근의 상황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처럼 녹록지 않았다. 아이돌 그룹, 알앤비 가수, 래퍼 등이 영향력을 키워가고 발라드는 예스러운 음악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비가 다시 날아올랐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각종 행사 및 방송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고,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기획성 프로젝트 걸그룹 WSG워너비 멤버로 발탁돼 오랜만에 음원차트 정상에도 올랐다. 대중들은 그에게 다시 뜨거운 환호를 보냈고, 무대 위에서 그는 행복하게 노래를 불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법을 아는 베테랑인 나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을 기회 삼고 성실함으로 완성한 신곡 '봄별꽃'을 발매하며 더 큰 날갯짓에 나섰다.


지난 11일 발매된 나비의 새 싱글 '봄별꽃'은 그간 나비하면 떠올랐던 파워가 깃든 발라드 곡과는 거리가 멀다. 미디엄 템포의 알앤비 장르 곡으로, 활동적인 리듬 위로 아름다운 현악기가 멜로디를 따스하게 감싸주면서 곡 중간 중간 다채롭게 펼쳐지는 화성이 나비의 포근한 목소리를 풍성하게 받쳐준다. 따뜻하면서도 맑고 명량한 감상이 드는 곡이다.


나비, 사진제공=알앤디컴퍼니


"대중 분들이 나비라고 생각하면 발라드나 폭발적인 가창력을 원하고 또 떠올리시잖아요. 그런데 요즘의 제 삶 자체가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복한 감정이 묻어서 나온 것 같아요. 작사, 작곡을 제가 해요. 원래 제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유쾌한 편이어서 사실 발라드보다는 밝고 경쾌한 EDM, 힙합 등의 빠른 템포를 좋아하거든요. 요즘 저의 감정과 상황에 진심을 담아서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고, 저 스스로에게 위로해 주고 싶기도 했고 듣는 분들에게도 위로가 되주고 싶기도 해서 이런 곡을 쓰게 됐어요."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봄별꽃'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단어를 뭉쳐놓은 제목처럼 '햇살처럼 따사로운 너는 봄이야 / 밤하늘에 반짝 빛을 내는 별이야 / 누구보다 아름다운 매일 행복할 너란 걸 하얀 꽃을 피울 거란 걸 / 가장 빛나는 너라는 걸' 등의 희망의 가사가 따스한 위로를 안겨준다. 나비와 멜로망스 정동환이 멜로디와 가삿말을 함께 지었다. 정동환이 자유롭게 피아노 연주를 하면 그 위로 나비가 흥얼거린 멜로디로 '봄별꽃'을 완성했다.


"멜로망스 정동환 씨가 피아노 연주를 해주면 제가 멜로디랑 가사를 입혔어요. 든든한 친구와 작업을 해서 정말 재밌었고 덕분에 제 멜로디가 멋진 옷을 입게 된 것 같아요. 가사 중에 '사실 나도 말이야 요즘 정말 많이 지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온전히 내 시간을 가져본 게 언젠지 손가락으로 셀 수조차 없어 눈을 뜨면 아침부터 돌아가는 시계처럼 매일 똑같이 살아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그냥 나이고 싶기도 해 '라는 부분이 있는데 제 마음이 가장 많이 투영된 부분이에요. 쳇바퀴처럼 일하고 육아를 하다보니 가끔 멘탈이 흔들릴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시기에 제 스스로에게 힘을 내자고 이런 메시지를 쓴 이유도 있어요."



나비, 사진제공=알앤디컴퍼니


결혼을 하고 또 엄마가 되고 그러면서 가수로서 슬럼프까지 겪었던 나비. 그를 다시 서게 한 건 안지호라는 이름 석자의 주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열망이었다. 작사, 작곡을 할 시간도 마땅치 않았지만 아이가 잠든 새벽에 잠깐, 차에서 스케줄을 이동하는 시간에 잠깐,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에 곡을 작업하며 스스로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썼다.


"항상 음악에는 진심이었기 때문에 제가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싶은 일이에요. 엄마이기 전에 저는 그냥 저잖아요. 제가 하고싶은 걸 행복하게 즐기면서 해야 가정에서도 그렇고 육아도 힘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내걸 너무 포기하고 가정에만 몰두하면 우울감이 올 수도 있어서 밸런스를 찾아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남편이 많은 도움을 주고 또 응원해줘서 음악과 육아를 모두 할 수 있었죠. 제 1등 팬인 남편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저로 바로 설 수 있었죠."


나비는 지금 세상의 판단과 기준으로 날아 오른 게 아닌, 제 스스로의 행복감과 성취감으로 날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날갯짓은 무엇보다 강한 힘이 있다는 걸 알기에 앞으로의 나비를 더 기대하고 응원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23살에 데뷔해서 앨범 내고 활동하면서 그 나이에 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며 살아왔어요. 그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했고요. 어느 순간 음악도 재미가 없고 사람이 무서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 일을 하면 너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원치 않거나 있지 않은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는 일이 많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할 때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남편을 만나서 감정적으로 치유가 되고 힐링이 됐죠. 지금은 정말 많이 즐거워요. 이러한 저의 감정 상태처럼 많은 분들이 그냥 나비라는 가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힘이 난다' '좋은 에너지를 주는 가수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끔 나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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