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어음 찍어 급한 불 끄는 기업들…'연말 폭탄' 덮친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정혜윤 기자, 배규민 기자 | 2022.11.15 04:18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특히 연말을 앞둔 단기자금 시장, 특히 회사채 시장엔 여전히 한파가 이어진다. 연말 자금 수요가 있지만 채권시장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다. 요즘 단기자금시장의 '수요'는 사실상 정부가 유일하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대안으로 CP(기업어음)를 찍어 단기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채권이 이미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는 비싸고 만기가 짧지만 발행하기 쉬운 단기 CP로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신뢰잃은 채권시장, 자금조달 기능 마비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AA-'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연 5.42%다. 국고채 3년물(3.85%)과의 스프레드는 157bp(1bp=0.01%)를 기록했다. 이는 스프레드가 159.3bp에 달했던 2009년 4월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고채 3년물은 연중최고치 대비 69.8bp 내렸지만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중최고치에 비해 31.6bp 하락하는데 그쳤다. 국고채 시장의 온기가 회사채 시장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환율과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내렸다고 해도 금리는 여전히 기업들에 부담스런 수준이다. 더구나 금리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CPI 예상치 하회 후 미국 Fed(연준)이 다시 자이언트스텝(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줄어들었을 뿐이다. 금리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금리인상기 외부조달 자금은 단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이같은 경향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와 통화정책 등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이 돼야 채권시장의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위험이 없는 정상기업은 단기라도 원활하게 차환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게 정부대책의 핵심"이라며 "기업들이 만기짧고 금리높은 CP를 쓰면서 버텨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 CP매입 등이 윤활유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P도 어렵다…롯데건설, 계열사에서 자금수혈


단기자금시장 경색은 '대안'을 찾게 한다. 롯데건설은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자 계열사로 눈을 돌렸다. 이미 계열사로부터 1조1000억원의 자금을 빌린 롯데건설은 올 연말까지 7000~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한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그 이상의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국내외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단기자금 시장 경색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프로젝트 PF ABCP(자산유동화어음)·ABSTB(전자단기사채) 등 유동화 증권 만기 연장이 어렵다는 전제하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지난달 CP 연장이 사실상 어려웠다"며 "그룹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이유는 금융권에 자금 동원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그널로, 은행과 조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연말 폭탄'이 다가온다


신용이 우량한 롯데건설마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자금의 '단기화' 속도를 부추긴다. 롯데그룹처럼 계열사가 없으면 단기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같은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 규모와 신규 차환 이행이 가능한 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업계에선 만기 2주짜리 CP를 발행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급한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 유동성은 거의 다 사라진 상태인데 어떤 회사가 버티고 어떤 회사에 한계가 오느냐 문제"라며 "만기가 짧은 자금이라도 조달하고, 산업은행 등 정부대책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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