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이어 FTX 몰락…"디지털 금은 허풍" 굳어진 코인 불신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2.11.14 12:25
/AFPBBNews=뉴스1
세계 3대 거래소 FTX의 몰락으로 대형 투자기관들 사이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평가가 더 악화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기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될 만한 주류 자산으로 영원히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회의론을 굳혔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은 가격 급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과 취약한 시장 구조를 이유로 가상자산을 주류 자산으로 취급하지 않았는데 FTX 파산 사태로 종전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런던의 파인브릿지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상자산이 기관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을 위한 안식처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한때 모든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을 전략적 자산 배분의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얘기는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1년 가격 추이. 1년 전 6만70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은 최근 1만6000달러대로 떨어졌다. /사진=코인데스크
불과 1년 전만 해도 가상자산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6만7000달러(약 8800만원)를 돌파하며 '디지털 금'으로서 안전자산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고, 4월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PWC의 설문조사에서 가상자산 헤지펀드 중 42%는 비트코인이 올해 연말 7만5000~10만달러에서 거래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5월 루나·테라 사태가 터지면서 가상자산 신뢰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세계 3대 거래소인 FTX가 유동성 위기로 순식간에 파산에 이르면서 가상자산 생태계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FTX 부채는 100억∼500억달러에 이르며 채권자는 10만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 기관 투자자들도 포함됐다.

런던 소재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살만 아메드 수석 투자전략가는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위해 정당한 이유를 찾는 건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장은 비관론으로 가득하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트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허풍이다"라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다시 폭락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꼬집었다.

1년 전 비트코인이 14만6000달러를 찍을 것이라던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투자 다각화를 위해 가상자산에 투자한다는 주장은 얼마 전에 죽었다"고 말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시간 14일 오전 11시30분 현재 1만6000달러 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일부 가상자산 낙관론자들은 믿음을 잃지 않고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FTX 사태 여파로 비트코인이 최저 1만달러를 찍을 수 있다면서도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걱정되냐고? 그렇지 않다"라며 "비트코인이 1만~1만2000달러 정도에서 새 바닥을 찍게 된다면? 나는 걱정하기보단 흥분될 것이다. 나는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의 헤지 수단으로 금, 은, 비트코인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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