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화학무기 독성을 제거하는 신개념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분말 형태가 아닌 스프레이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0일 백경열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새로운 '제독(除毒)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제독이란 군사·산업용 화학무기나 물질에 노출된 독성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특히 화학무기는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만큼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무기로 알려진 고독성 유기화합물은 무색무취해 비밀리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방호소재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화학무기 대응은 방독면이나 독성물질을 흡착하는 보호의로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독성 물질을 원천 제거할 수 없어 2차 오염 등 문제가 발생된다. 또 기존의 '금속유기골격체'(MOF) 제독 촉매는 성능이 좋지만, 입자가 모래처럼 부서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군복에 코팅할 수 없어 화학무기 사전 대비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KIST 연구팀은 기능성 고분자를 설계하고, 이를 제독 촉매와 혼합시켜 복합 소재를 개발했다. 복합 소재인 만큼 필름, 섬유 등의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지르코늄(Zr) 기반 제독 촉매의 높은 '반응성'은 유지하면서도 고분자형 지지체를 개발해 '가공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복합소재를 스프레이 공정을 통해 만들고, 군복·군용 장비에 뿌리면 제독 코팅층을 형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전 대비는 물론 사후 제독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 소만(GD)을 이용한 제독 성능 검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복합 소재가 제독 성능을 입증했다.
백경열 박사는 "이 기술은 단순 스프레이 공정을 통해 넓은 면적까지 빠른 속도로 코팅이 가능하며 화학무기 독성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며 "스프레이 코팅을 통해 유사시 군복·군용 장비 사전 제독뿐만 아니라 오염된 부분의 사후 제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IST 안보·재난안전기술단과 협력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최신 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