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좌석, 골프장 등 선착순 경쟁이 치열한 예약 시스템에서 '매크로(Macro) 편법'이 늘고 있다. 반복 작업을 자동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선점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매크로는 개인정보 도용 등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어 무분별한 이용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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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공연도 골프 라운딩도…선착순 무색한 '매크로 암표상'━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매크로'를 검색하면 뮤지컬·콘서트 등 티켓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게시물이 나돈다. 이들은 대부분 매크로를 통해 시중 티켓을 대량 선점한 뒤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이른바 '매크로 암표상'이다. 단속을 위해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1월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 홈페이지에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을 개설해 운영 중이지만,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운영 시점부터 지난달 말 기준 총 누적 신고 건수는 4980건에 달한다.
지난달 15일 부산에서 개최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의 취지를 반영해 티켓값이 공짜였지만, 이마저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수십만원에 판매됐다. 2019년 11월에는 아이돌 공연, 팬 미팅 표를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산 뒤 암표로 팔아넘겨 수억원을 챙긴 조직 2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일당은 돈을 주고 타인의 ID 2000여개를 빌려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되팔았다. 이들은 무려 9173장의 암표를 거래했고, 13만원짜리 티켓을 150만원에 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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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는 뺄게요~" '택시콜'도 차단하는 매크로…개인정보 위험도━
일부 택시 기사들도 이른바 '지지기'로 불리는 매크로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다. 지지기는 카카오T 앱에서 택시 기사들이 원하는 목적지의 호출을 자동으로 잡아준다. 보통 택시 앱은 특정 지역 근처 기사들에게 동시에 콜이 뜨고 선착순으로 배정받는데, 지지기 등 매크로 앱을 이용하면 원하는 목적지 콜을 먼저 잡는 것은 물론 단거리나 원치 않는 특정 목적지 콜은 차단할 수 있다. SNS에서는 이러한 '자동콜잡이' 매크로 프로그램의 홍보 페이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매크로가 횡행하지만 이를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올바르게 사용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무턱대고 '불법' 딱지를 붙일 순 없어서다. 다만 매크로가 서버 운영을 방해하거나 개인정보 침해 등 범죄에 악용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이기혁 중앙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매크로를 돌리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도용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다른 곳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빅데이터가 형성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배포할 때 정상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악성코드를 숨겨서 의도적으로 배포할 가능성도 있다"며 "매크로 프로그램이 가진 본래 목적을 위장해서 악성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다. 무분별한 매크로 이용은 보안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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