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 이재용·정의선 '회장' 시대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 2022.11.08 02:01
이진우 국장
부친의 생존, 세간의 과도한 관심, 반기업정서, 사법적 이슈, 정치권력 눈치보기. 2020년 '이재용·정의선은 왜 아직도 부회장일까'란 칼럼을 2차례 쓰면서 재계 넘버원·투 그룹의 부회장이 회장직에 못 오르는 이런저런 이유를 꼽아봤다. 그런데 2년여가 흐른 지금 두 사람은 모두 '회장님' 소리를 듣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바로 회장 자리에 올랐고 그해 부친(이건희 삼성 회장)을 여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년여 더 진급이 누락(?)되다 최근에야 회장님이 됐다. '정의선 회장 시대'는 연착륙을 넘어 안착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재용 회장 시대'는 그야말로 막 발걸음을 뗐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초기 행보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너무도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 2년 동안에 당시 꼽은 '회장님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다 해소됐을까. 결과적으로 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정 회장은 부친의 생존에도 불구하고 회장으로 직행했고 이 회장은 부친이 돌아가신 한참 뒤 회장에 올랐다. 대한민국 대표 대기업인 만큼 세간의 과도한 관심이야 여전하고 반기업정서는 당시보다 좀 완화된 측면이 있다.

사법적 이슈는 이미 법적 책임을 졌거나 일부 진행 중인 사안이 있어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치권력 눈치보기 역시 여전하지만 그사이 '정권교체'라는 지각변동이 생겼으니 눈치를 보는 대상과 강도도 많이 달라졌다. 재계에 '40대 총수시대'가 본격 도래했는데 이미 나이 50줄에 접어든 재계순위 1, 2위 그룹의 수장이 회장에 오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언제든 마음먹고 시동만 걸면 되는 문제인데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최적의 명분과 타이밍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회장에 못 오르는 게 아니라 안 올랐다고 보는 게 맞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미 실질적으로 총수 역할을 해온 만큼 '이재용·정의선 회장 시대'가 그룹의 판을 완전히 바꾸는 출발점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컨트롤타워로서 좀 더 자신감 있게 사회와 소통하는 출발점이라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사업 구조개편, 세대교체, 경영권 승계 등 내부의 이슈는 부회장에서 회장이 되는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진 고민과 결단의 대상이었으니 그 연장선에서 치열하게 최적의 솔루션을 찾으면 되는 문제다. 이보다는 재계를 대표하는 '회장님'으로서 우리 사회, 정치권력, 기업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과 본격적으로 소통하면서 변화를 찾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전히 재벌은 기득권의 본산이고 수많은 편법과 위법을 저지르면서도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지 않는 집단이라는 비판적 시선, 수많은 산업재해에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비도덕적 집단이라는 차가운 시선 등에 한없이 움츠러들거나 숨지 말고 정도경영과 책임을 다하는 '회장님'의 행보를 통해 '거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당당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를, 시장을, 기업을 여론과 정치가 주무르는 비정상을 조금씩 되돌리는 또다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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