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 마세요" 외침에 '지옥철' 숨통이 틔었다…이태원참사 그 후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 2022.11.04 06:32

"밀지마세요" 외침에 '멈춤'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없음.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쓰러진 희생자들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시민 영웅'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응급처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울산 북구 울산안전체험관에서 회사원들이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받고 있다. 2022.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직장인 김모씨(30)는 지난달 31일부터 코로나19(COVID-19)가 계속되면서 매일같이 울리는 확진자 알림에 꺼놨던 재난 문자를 다시 켜놨다. 혹시 모를 중요한 재난 문자가 올 것을 대비해서다. 김 씨는 사고가 나던 날 당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다음 날 오전이 돼서야 사고가 난 상황을 알게 됐다. 김 씨는 "그렇게 큰 사고가 난 상황에서 아무것 도 모른 채로 나만 바보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겠다 싶어 재난 문자를 다시 켜놓게 됐다"고 말했다.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강모씨(26)는 최근 지하철역에서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출근길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을 탑승했는데 '밀지 말라'고 한 사람이 소리를 지르자 강씨의 몸에 가해지는 압박이 멈췄다. 강씨는 "이런 사고가 나야지만 이렇게 변하는 사실이 암담하면서도 항상 숨 막힌 채로 천장만 보고 출퇴근했는데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대학생 기모씨(23)는 최근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신청했다. 기씨는 "고등학생 때 이론으로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실제로 해본 적이 없어 신청하게 됐다"며 "남자인 친구들은 군대에 가서 다들 실습을 해본다고 들었는데 여자 학생들의 경우는 따로 그럴 기회가 없어서 직접 신청해서 실습 교육을 받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시민들 사이에서 수신을 거부했던 재난 문자의 수신을 켜놓거나, 사람이 몰리는 급행 지하철을 보내고, CPR 교육을 받겠다고 나서는 등 혹시 모를 위험에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대비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3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CPR 교육 관련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난달 이태원 사고 이후 CPR 교육 참여 문의가 그 전 달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전국 15개 지사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재난안전교육-응급처치'를 통해 교육을 신청할 수 있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안전 체험관의 경우 3개월 치 예약이 완료된 경우가 많아서 미리 신청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일제히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에 나서는 상황이다. 쌍용건설은 지난 1일과 이날(3일)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교육에 본사 직원의 약 3분의 1이 참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CPR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을 정리한 글이 공유되고 있다. CPR 교육을 받고 왔다는 인증들도 다수다. 이러한 CPR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직접 실습 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CPR 교육을 받고 왔다는 A씨(27)는 "강의를 듣고 왔는데 강사님이 심폐소생술은 행인을 살릴 뿐만 아니라 가족을 살릴 수도 있는 가족 소생술이라는 말을했다"며 "몸에서 감각을 잊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실습 교육을 나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 이후에야 잠시 사라지는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안전 교육이라는 근본적인 대책뿐만아니라 지자체의 안전 점검을 통해 위험한 상황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 안전관리와 교수는 "습관처럼 대형 사고를 겪고 나면 안전 불감증이 사라지곤 한다. 그 여파가 오래가지 않는 편"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인 안전 교육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위험을 없앨 수 있게 지자체의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도 도시 곳곳에는 불법 증축 등으로 안전하지 않은 건물이나 장소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가 나서서 강하게 그런 위험성이 방치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신도림역 등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현장 분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 실장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과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석이 끝나면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등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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