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5세 게임, 오늘은 청불?…"'비위의혹' 게임위, 감사하라"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 2022.11.02 06:12

[인싸IT]Insight + Insider

블루 아카이브. /사진=넥슨게임즈
5500명에 달하는 게임 팬들이 감사원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감사를 촉구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사업 비리 의혹 규명이지만, 기저엔 게임위 등급분류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자리한다. 특히 게임위가 넥슨의 미소녀 캐릭터 수집형 게임 '블루 아카이브' 등급을 15세 이상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상향한 점이 도화선이 됐다. 게임위는 조만간 이용자 소통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위는 오는 10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게임이용자 소통강화 방안' 간담회를 연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이 참석해 최근 현안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을 발표한다.

지난달 3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에 게임위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사업 비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냈는데, 연대서명에 5489명의 게이머가 참여하는 등 게임위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감사청구제도는 18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이 감사원에 특정 기관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제도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게임위는 38억8000만원을 들여 2019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5개 중 2개 전산망이 작동하지 않는 등 엉터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게임위가 개발업체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국민감사청구의 본질은 '게임위에 대한 게임팬들의 분노' 라는 게 중론이다.


등급분류 뭐길래?…15세 게임이 하루 아침에 '청불'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감사원에 게임위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냈다. /사진=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게임물을 제작·배급하기 전에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게임위는 게임의 △선정성 △폭력성 및 공포 △범죄 및 약물 △언어 △사행성을 고려해 6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다만 앱마켓 등은 게임물 등급을 자체적으로 분류해 출시할 수 있는데, 이때 게임위는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등급 조정 권고를 내린다.

이번 사태는 앱마켓이 등급분류한 서브컬처 게임에 게임위가 재분류 권고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2017년 넷마블이 출시한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12세에서 15세 이용가로, 지난해 넥슨이 선보인 '블루 아카이브'는 15세에서 청소년이용불가로 상향 권고한 것이다. 일부 미소녀 캐릭터 장면이 선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넷마블은 등급을 올렸고, 넥슨도 곧 청불 게임과 청소년용 게임을 따로 선보일 예정이다. 블루 아카이브가 청불 게임이 될 경우 기존15~18세 이용자는 게임을 할 수 없게 된다.

일부 게임은 아예 콘텐츠를 수정했다. 12세 이용가인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는 "일부 악곡이 등급분류규정을 위반한다"는 게임위 지적에 3곡을 삭제했다. 이들 곡 가사는 선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구체적인 성적묘사나 욕설은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15세 이용가인 '소녀전선'도 청소년이용불가 판정받지 않기 위해 일부 일러스트를 수정했다.


게이머들은 "사실상 게임검열"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초 국회에 올라온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의 의무를 폐지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은 5만명 이상이 동의해 국회 문체위 안건으로 회부된 상태다. 게임위 주 업무가 등급분류제도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게임위 폐지론이 또다시 제기된 셈이다.


핵심은 젠더 갈등?…게임위 전문성도 도마위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정보원,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임위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임위 위원 9명 중 게임업계 종사자가 사실상 김규철 위원장(전 동명대 게임공학과 교수)뿐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아 '밀실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선 모바일 게임물 모니터링단을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으로 구성하는 등 사실상 게임과 거리가 먼 사람들을 채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게임산업법상 문화·예술·정보통신·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뽑게 돼 있다"라며 "게임 관련 전공자가 몇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꼭 게임물을 개발하고 저처럼 20~30년 근무해야만 전문가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번 논란 핵심은 '젠더 갈등'이란 분석도 있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성 게이머들이 주로 하는 서브컬처 게임에 선정성 민원을 제기해 등급재분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와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 시스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등급재분류가 이뤄진 적은 있으나 이번 논란은 이례적"이라며 "사실상 젠더 이슈"라고 말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특정 민원 때문이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등급재분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미 오래전에 등급을 받은 게임일지라도 서비스 과정에서 콘텐츠 등이 변동될 수 있어 처음 받은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