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서 퇴근하다가…쉰살 아들 숨져" 칠순 노모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 2022.11.01 16:36

이태원에서 일하는 50세 남성 직원...퇴근길 참사 휘말려
70대 노모 "차라리 날 거둬가시라"

1일 오전 11시쯤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이태원 참사로 숨진 A씨(50) 빈소가 차려져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형 사고났대요."

지난달 30일 둘째 아들 전화를 받기 전까지 황모씨(73)는 '핼러윈'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핼로앤, 할로잉 아직도 정확한 발음을 모른다. 황씨에게 매주 일요일은 직장인 두 아들을 집에 불러 점심 먹이는 날이었다. 첫째 아들 A씨(49)는 정오쯤이면 집에 왔다. A씨는 세는 나이(연 나이)로 올해 쉰이다.

오전 11시쯤 둘째 아들 전화가 왔다. 어딘가 목소리가 떨렸다. '왜 그러냐?' 묻자 둘째는 A씨가 사고를 당했다며 "병원에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다리가 풀렸다. 황씨는 "제발 (아들을) 살려달라" "(아들) 데려가지 말고 날 거둬가라"고 기도했다.

무슨 일이 났는지 황씨는 몰랐다. 지난달 29일 밤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폭 3~4m 좁은 골목에 수백명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가 났다.

A씨는 이태원 부근 한 대기업 전자기기 수리점에서 일했다. 퇴근길에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사고에 휘말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이튿날 아침 수리점은 직원들이 무사한지 확인했다.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고 사망자 중에 A씨 신원이 확인됐다.

황씨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들 A씨의 시신을 확인했다.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내 몸에서 난 자식인데 그 밟히는 순간 어땠을까 슬픔이 북받쳤다"고 했다.

29일 밤 11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대응 3단계로 격상했다. 사진은 이날 사고가 발생한 용산구 이태원의 모습./사진=뉴스1

황씨는 A씨가 "착실한 아들"이라고 했다. A씨는 어려서부터 기계를 잘 만졌다. 집안 전자기기를 혼자 고치려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고 한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살갑기도 했다. 매주 일요일 점심을 먹고 나면 A씨는 황씨와 소파에 앉아 TV를 봤다. 가장 즐겨 본 프로그램은 세계 여행 다큐멘터리였다. A씨와 황씨는 중국 기암괴석 등 자연 풍경을 좋아했다. '죽기 전 저곳은 꼭 가보자'고 이곳 저곳을 찜해뒀다고 한다.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황씨는 몰랐다. 수년 전 국내 여행을 하다가 찍은 사진이 A씨의 영정이 됐다. 황씨는 조문 온 A씨 회사 동료들을 보고 눈물 흘렸다. 그는 "동년배들인데 (아들과 달리) 살아있다는 게 부럽다"고 했다.

'밥' 한끼 더 차려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황씨는 "부모로서 자식이 아무리 크고 나이가 많아도 자식은 자식"이라며 "애한테 엄마로서 잘하지 못한 것이 생각나 눈물만 날 뿐"이라고 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156명 중 대다수는 20~30대다. 만 나이 기준으로 20대가 105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0대(30명)이다. 40대 사망자는 9명, 50대는 1명이다. 최고령자는 만 53세, 그다음이 A씨다. 만 53세 사망자 유족도 극심한 슬픔을 토로한다고 전해졌다. 서울시는 유족마다 1:1 공무원을 지원하는데 해당 유족은 너무 울어서 물과 마스크를 요청한 것 외 공무원 접견도 거부한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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