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 문자에 딸 업고 이태원 달린 아빠…병원 태워준 젊은 남녀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22.10.31 22:57
이태원 사고 당시 장모씨와 딸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사진=뉴시스(A씨 제공)

한 60대 남성이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다쳤다는 딸의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사연을 전했다.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남성 A씨(62)는 사고 당일 밤 11시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에 간 20대 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딸은 다급한 목소리로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고 말했다. A씨는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통신 문제로 계속 통화가 끊어지면서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

딸은 문자메시지로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며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 가려다가 맨 밑에 깔렸다. 살려줘. 나 무서워"라고 A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그는 "택시를 타고 이태원 부근에 도착했는데 교통 통제로 도로가 막혀 차에서 내려 1.5㎞ 정도를 뛰었다"고 말했다.

딸이 있는 파출소에 도착한 A씨는 "파출소 안에 우리 딸을 포함해 4명 정도가 누워 있었는데 딸의 상태가 빨리 병원으로 이송돼야 할 정도로 안 좋았다"며 "그런데 사망자가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이 그쪽을 먼저 대응하면서 딸 순번까지 오려면 최소 서너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사망자 수습이 우선이라서 배정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데 딸은 되게 고통스러워하고 완전히 도로는 통제돼 일반 차가 못 다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택시라도 탈 수 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딸을 등에 업고 1㎞ 넘게 뛰었다"고 했다.


한참을 뛰었지만 택시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길을 지나는 차량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순간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A씨에게 다가와 병원으로 태워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A씨 부녀를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줬다.

하지만 병원은 앞서 실려 온 사상자들로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 남녀는 A씨 부녀가 사는 곳 인근 분당차병원까지 부녀를 태워줬다.

A씨 딸은 병원에서 치료받은 끝에 고비를 넘겨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병원 측에서는 A씨 딸이 사고 당일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고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됐던 오른쪽 다리에는 깁스를 했다.

A씨는 전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런 내용을 올려 병원까지 태워준 젊은 남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지금 입원한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서너 정도 시간이 걸렸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약소한 돈이라도 비용을 치르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고 다시 건네주고 돌아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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