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찾아 은행 달려간 기업들...한달새 기업대출 9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오문영 기자 | 2022.10.31 14:19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월 한 달간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려간 대출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이 막히고 자금시장에 돈줄이 마르자 대기업들조차도 앞다퉈 은행으로 달려 간 영향이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엔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가파른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에 한계기업이 크게 늘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레고랜드 사태 유동성 경색에 10월 대기업 대출 5.9조 급증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6조3415억원으로 전월말(100조4823억원)보다 5조8592억원 급증했다. 2020년 3월 이후 월별 증가액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8조8522억원 증가(694조8990억→703조7512억원)해 13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올 들어 1~10월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67조8633억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폭(60조2596억원)을 넘어섰다. 기업들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은행 대출로 눈을 돌렸다. 하반기 들어선 자금시장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직접 조달(회사채 발행)을 사실상 포기하고 간접 조달(대출)로 자금을 충당하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

기업들의 은행 대출은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레고랜드 사태가 자금시장에 불러 온 후폭풍과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단기자금 시장 정상화 대책으로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들의 기업대출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보다는 은행 대출을 유도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만큼 우량한 기업이 은행을 더욱 자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통화당국, '돈맥경화' 해소 전방위 유동성 공급 조치 단행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은행 예대율 규제비율을 100%에서 105%로, 저축은행은 100%에서 110%로 각각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인 예대율을 완화하면 대출 여력이 더 생긴다. 은행 예대율 산정시 금융중개지원대출도 제외해 기업대출 여력을 더 늘려줬다. 이번 조치로 은행과 저축은행은 최대 60조원 가량의 유동성 공급 여력을 확보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날 국공채 외 은행채와 공사채를 적격담보증권에 포함해 은행들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 부담을 덜어줬다. 내년 2월로 예정됐던 차익결제이행용 적격담보증권 비율 인상 조치(70→80%)도 3개월 유예했다. 한은은 은행권 유동성 여력 확보 규모를 36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금융당국의 단기 자금시장 정상화 대책과 은행권의 기업 대출 공급 확대로 자금시장에 숨통이 트였지만 기업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리와 물가, 환율 상승에 기업의 경영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한계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숨통 트였지만 고금리에 상환부담 "기업 부실 가능성 대비"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기업대출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 976조원에서 지난 상반기 말 현재 1321조3000억원으로 35.4% 급증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기업대출 연평균 증가율은 12.9%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7.7%에서 39.7%로 2.0%p 증가해 상환 능력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9월 말 현재 기업대출의 72.7%가 금리 상승 영향이 곧바로 반영되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금리가 더욱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불어나는 상환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인상 속도 조절, 세 부담 경감뿐만 아니라 유사시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한계기업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금리, 물가,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둔화로 한계기업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일몰 시한이 도래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재입법과 함께 채권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신규자금 투입, 출자전환 등에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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