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벤처투자 회수시장…스팩·코넥스서 활로 찾는 VC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 2022.11.01 08:32
/그래픽=이주희 인턴기자
최근 벤처투자 회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코넥스가 벤처캐피탈(VC)들의 주요 회수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공모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절차 또한 기업공개(IPO)와 비교해 수월하기 때문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스팩합병 상장 건수는 14건(코스닥 13건, 코스피 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건 늘었다. 여기에 심사승인을 받고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 7곳, 상장을 위해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 7곳까지 더하면 최소 20개 이상 기업이 올해 스팩합병으로 상장해 2017년 역대 최대치(21건)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VC가 스팩합병을 주요 회수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때문이다. 최근 IPO에 나선 기업들은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와 부진한 경쟁률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 롯데렌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만해도 1조3000억원이었던 쏘카의 기업가치는 공모 과정에서 9666억원으로 급감했다.

스팩합병은 공모 절차없이 증시에 상장된 '페이퍼컴퍼니' 스팩과 비상장사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별도의 수요예측 절차 없이 비상장사와 스팩 발기인과의 합의, 외부평가기관의 기업가치 평가 등을 통해 합병가액과 합병비율이 결정된다. IPO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외부 변수가 적다.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간결하고 빠른 상장 절차도 매력적이다. IPO는 △주관사 선정 △상장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 수요예측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상장까지 통상 12~18개월이 걸린다. 반면 스팩합병 상장은 절반 수준인 4~6개월 정도면 가능하다.

한 VC 임원은 "시장이 좋을 때는 직접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투자배수를 높게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VC들도 빠르고 안정적인 회수가 가능한 스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가 스팩합병 규정을 개정한 것도 VC의 선택지를 넓혔다. 이전까지 스팩합병은 스팩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상장희망 기업은 소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규정이 개정된 이후 상장희망 기업도 존속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최근 스팩합병 청구서 7건 중 5건이 스팩을 소멸시키고, 비상장사의 법인격을 남기는 '스팩 소멸합병' 방식으로 접수되는 등 투자자들은 개정된 규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기존 비상장사들이 스팩합병을 가장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라며 "스팩합병 이후 피합병기업의 법인격을 스팩 법인격으로 변경하고, 재등록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업무가 발생했는데 이번 기회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넥스도 VC가 주목하는 회수 수단이다. 특히 코넥스의 코스닥 이전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정례회의를 통해 별도의 재무요건 없이 시가총액과 일평균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하는 신규 신속상장 요건을 추가했다. 기존 재무요건인 매출액 200억원, 영업이익 10억원 이상 등 실적이 없어도 코스닥 이전상장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초 높아진 기술평가 요건에 상장 문턱을 밟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설된 신속 이전상장을 이용한 사례는 없지만, 이전상장 문턱이 낮아진 만큼 코넥스를 통한 회수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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